영리한 컴퓨터공학 전공자 이준석, 이익과 손실 계산 조기에 마치고 합리적 선택의 길로 나올 듯
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보수 후보 단일화'가 1차 시한으로 봤던 25일(투표 용지 인쇄 시작 시점)을 지나면서 단일화 실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마지막 토론회인 27일(3차) 지나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29일 이전에 성사될 가능성도 커 여전히 단일화 데드라인은 넘어서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간 단일화는 사전투표 바로 전날 전격 성사됐다.
보수대연합으로 들어가는 입구 열쇠를 움켜쥐고 있는 '키맨' 이준석 후보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종반으로 치닫는 대선판이 요동치는 중이다. 이와 관련, 보수정당 당대표를 경험하는 등 정치경력이 10여년에 이르는 정치 전문가 이 후보가 결국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합리적 선택'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시간이 갈수록 정치권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다.

◆李, 끝내 자강(自強)의 길?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 목소리에 대해 선을 강하게 긋는 것은 물론, 대선 종반전에 이르자 거부 의사를 더욱 강경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3일 "40년 만의 계엄을 일으킨 내란 세력과 함께할 일 없고, 30년 만의 IMF 사태를 일으킬 퍼주기를 획책하는 환란 세력은 지적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자들에게 "이준석 후보는 결국 내란 세력과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까 예측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이 후보는 단일화 거부 메시지를 쉬지 않고 날리고 있다.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자 "3당 합당을 하자는 주변의 이야기가 있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이의 있습니다' 외치던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닮은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인위적 후보 단일화를 야합으로 규정, 거부 의사를 강하게 내놓은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에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선 끝까지 이준석, 개혁신당의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국민이 받아볼 투표용지에는 기호 4번 개혁신당 이준석의 이름이 선명히 보일 것"이라고 했다. 투표용지 인쇄일인 25일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단일화 '구애'가 계속되자 확실하게 선 긋기에 나서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이 후보는 '오늘 선언이 본투표일까지 불가역적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뒤집을 이유가 없다"면서 양자 대결이나 일반 국민 투표 단일화 방식을 제안할 경우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후보가 자강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상승하면서 최소한 선거비용 절반은 보전받을 수 있다(10% 득표율이면 절반, 15% 득표율이면 전액)는 현실적 상황이 각인된 때문으로 본다. 또 토론회가 거듭될수록 이 부분에 강한 이 후보의 장점이 부각된 것도 이 후보의 완주 자신감을 올리는 요인으로 정치권은 받아들인다.
대선 직후라 할 수 있는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는데 이번 대선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올릴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독자세력화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개혁신당이 갖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젊은층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지방권력을 다수 장악, 작은집 개혁신당이 큰집 국민의힘을 편입시키는 희망을 품으면서 자강론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李, 보수대연합의 문 여나?
후보 단일화의 결정권을 쥔 이 후보에게 보수대연합의 길로 나와달라는 촉구는 국민의힘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중이고 그 강도 역시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추세로까지 굳어지면서 역대 대선에서 그러했듯이 3지대가 설 곳은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이 후보가 단일화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김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가시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합치더라도 승산이 없다"는 계산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소멸한 것이다.
더욱이 이 후보가 기대를 걸고 있는 후보 TV토론회 역시 본선 득표율과는 관계성이 적다는 정치권의 해석도 나온다. 지금과 비슷한 상황인 2017년 장미 대선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TV토론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였고 그때마다 여론조사까지 출렁였지만 두 후보는 대선 선거비용 보전도 받지 못하는 초라한 한자릿수 득표율(유승민 6.7%·심상정 6.1%)에 머물렀다.
정치는 명분의 싸움, 즉 정당성을 향한 투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국민의힘은 이 부분에서 우위에 서면서 이 후보에 대한 단일화 회유와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실로 갈 경우, 여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고 사법부까지 흔들 수 있는 전제적 위치에 오르게되는 만큼 민주공화국이 갖춰야할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을 회복시키는 것이 이번 대선인데 이 후보가 이 길을 거부하고 있다는 논리를 국민의힘은 내세우고 있다.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시도처럼 지지율 격차가 존재하는 종속적 단일화에 있어서는 역대 대선 후보 단일화 사례가 그러했듯이 보상 협상도 빼놓을 수 없는데 비록 추상적이긴 하지만 이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향후 가져갈 수 있는 보상책이 적잖다. 무엇보다 통큰 단일화 결정을 통해 '애송이' 정치인 이미지에서 탈피, 보수의 적장자 자리에 올라설 수 있고 그가 국민의힘을 떠난 뒤 적잖은 보수정당 지지층들이 가져온 '밉상' 굴레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한목소리다.
◆보수의 적장자되면 최대 승리
보수 후보 단일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과학고·하버드대 출신 컴퓨터공학 전공자 이 후보가 결국 자신의 지식을 최대한 이용하는 합리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 가장 힘이 실린다. 역대 대선 후보 단일화는 이념이나 신념, 가치가 아니라 철저한 표계산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였는데 이 후보 역시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최적의 결정을 향한 행보를 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반칙과 특권 배격을 외쳤던 노무현 후보와 재벌의 상징 정몽준 후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도 합쳤고, 민주화의 상징 김대중 후보와 민주화보다는 산업화가 먼저라고 웅변했던 김종필 후보가 손을 잡고 모두 정권을 거머쥐는 모습을 우리는 목격했다"며 "불법적 수단이 동원되지 않는 범주내에서 선거의 최종 목표는 당선인데 이 원칙에 충실한다면 이번 대선에서도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단일화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가 끝내 자강의 길을 고집했을 때 그가 치뤄야할 기회비용이 막대하다는 점도 이 후보는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패배의 원흉' '배신자'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것이 뻔한데 이러한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자강을 통해 그가 가져갈 이익이 얼마나 크냐는 질문을 스스로 했을 때 정답이 쉽게 도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정치권에서는 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현역 의원은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모델은 향후 헤어질 가능성, 즉 이념 균열이 없는데다 이 후보가 원래 한식구였던 터라 두 후보간 즉각적인 지지 이전이 가능하기에 단일화 효과가 역대 어느 사례보다 크다"며 "이제 물리적 시간이 절대 부족한만큼 2022년 윤석열·안철수 후보처럼 후보간 담판을 통해 사전투표 이전에 단일화를 이뤄내는 것이 합리적이고 상식적 판단"이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대구과학관 내부 성범죄 묵인…'재워주겠다' 발언에 신체 접촉까지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1차 시한' 넘겨…앞으로 지지율이 변수
국방부 "주한미군 4500명 이동 배치, 韓美 논의사항 전혀 없어"
서문시장 온 설난영 "심장 팔짝팔짝 뛰는 대구 되려면 김문수"
1·2위 격차 한 자릿수…이재명 45% 김문수 36% 이준석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