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와 무기, 아톰 캐릭터 등
울트라마린 색 바탕으로 전개도 그려
"객관화 통한 정직한 회화 추구"
어느 괴짜 과학자의 실험실을 엿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신기운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아트스페이스펄(대구 동구 효신로 30 지하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면에 떠다니는 푸른색의 비행기들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1930년대 미국 상공에서 폭발한 세계 최대 비행선 힌덴부르크호, 이제는 더 이상 운용되지 않는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호를 비롯해 다양한 전투기와 무기가 그 주인공이다. 이 비행수단들은 당시 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 그로 인해 생겨난 아픈 기억, 역사적 의미 등을 생각하게 한다.
특이한 점은 모두 전개도를 그린 청사진 도면이라는 점. 모든 작품에는 명도가 낮고 채도는 높은 울트라마린 색이 입혀졌고, 그 위로 작가가 일일이 흰색으로 드로잉했다.
작품은 입체와 평면을 가리지 않는다. 캔버스 위는 물론이고, 3D프린터로 출력한 모델 위에도 전개도가 새겨졌다. 마치 엑스레이(X-ray)로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뼈대는 너무나도 정밀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가는 만화 캐릭터 '아톰'의 전개도도 상상해서 그렸다. 아톰의 머릿속에는 메인 하드웨어가 있고 심장은 하트 모양이며, 팔에는 유연한 스프링이 들었다. 앞모습과 옆모습을 그린 평면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와 묘하게 겹쳐보인다.



다양한 비행기와 아톰 캐릭터, 유학 시절 살았던 아파트 입체모형까지. 그의 작품이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걸까 싶은데, 힌트는 전시 제목인 '객관화(Objectify) 하기'에서 찾을 수 있다.
'객관화 하기'는 작가가 추구하는 '정직한 회화'를 위한 길이다. 회화는 일종의 과학이라고 한 다빈치처럼, 오브제의 뼈대를 해부하고 선으로 드러내보이는 것이 그에게는 객관적이고 정직한 회화인 셈. 한편으로는 자신이 좋아하고 동경했던 대상이자 가장 잘 이해하고 관심 있는 것, 즉 '나의 얘기'를 표현하는 것이 작가만의 정직한 회화라고도 해석된다.
결국 그의 작품은 작가의 시·지각적 경험이 녹아든 결과물이자 매니아적 기질을 고스란히 내어보이는 도구라고 볼 수 있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작가는 '회화는 곧 자연의 과학적 모방'이라는 시간을 통과해, 객관화라는 나침반을 갖고 항해해왔다"며 "그 항해를 통해 정박한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만의 객관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기운 작가는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동대학원, 영국 골드스미스 컬리지를 졸업했으며 제29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SIA 미디어 아티스트 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트랜스아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053-651-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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