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7.2% "SKT, 해지 위약금 면제해야"…통신사 불문 공감대 형성

입력 2025-05-23 19:43:01 수정 2025-05-23 19:47:38

최태원 회장 고발한 서민위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에 직결된 초유의 사태"
위약금 손실 우려에 섣불리 결정 안하고 미루고만 있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유심 정보 유출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 SK텔레콤에서 일어난 해킹 피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유심 정보 유출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 SK텔레콤에서 일어난 해킹 피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SK텔레콤(SKT)의 유심(USIM) 해킹 사고 이후 이용자들의 가입 해지 요구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전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상황에서 회사의 과실이 명백한 만큼 이용자에게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있었다.

◆77% '회사 귀책사유, 위약금 면제해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제보팀장의 의뢰로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5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2%가 '회사의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가입자가 해지를 원할 때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서만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응답은 13.8%에 불과했다.

이 같은 위약금 면제 지지 여론은 이용 중인 통신사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SK텔레콤 이용자 중에서도 74.2%가 면제에 찬성했으며, KT 이용자는 73.3%, LG유플러스 이용자 82.9%, 알뜰폰 이용자 83.9%가 각각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번 해킹 사태 이후 SK텔레콤 이용자들의 이탈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SK텔레콤 가입자의 43.3%는 통신사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 여부 조사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이 자사에 대한 신뢰를 표했으나, SK텔레콤과 알뜰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무선 100% 방식의 무작위 전화걸기(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2%포인트이며, 인구통계 기준은 2024년 4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성별, 연령, 지역별로 림가중을 적용해 통계 보정이 이뤄졌다.

◆회피만 하는 SKT

이 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SKT는 '검토 중이다'며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 해킹 사고가 알려진 지 한달이나 지났지만 위약금 부분에 대해서 대규모 손실을 우려한 듯 즉답을 피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위약금 면책 부분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라며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다"고 답하며 회사 내부에서 위약금 부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에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위약금 면제를 결정할 경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해킹 사건 이후 약 25만 명이 이탈했다"며 "앞으로 최대 500만 명까지 이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1인당 평균 위약금을 10만 원으로 추산할 경우, 위약금 면제만으로도 최소 2천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매출 감소까지 감안하면 3년간 총 손실 규모는 7조 원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22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공식인증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한편 법무법인 대륜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주 초 SKT 이용자 1천여명을 대리해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공식인증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한편 법무법인 대륜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주 초 SKT 이용자 1천여명을 대리해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는 현재 SK텔레콤이 자사 약관에 명시된 '귀책사유 발생 시 위약금 면제' 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한 SKT 이용자는 "고객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 해야 할 의무가 있는 SKT가 이를 똑바로 하지 않아서 해킹이 발생했고,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었다"라며 "유심을 교체하고 안심서비스를 가입해주는 것으로 이 피해가 없은 것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들은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최태원 회장 용서 할 수 없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 발생 우려 등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인 태도에 대해 비판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김순환 사무총장 등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에 직결된 초유의 사태"라며 "최 회장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국회를 무시한 청문회 불출석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소비자의 정보가 유출됐음에도 소비자에게 알리기는 커녕 속이면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며 "이 모든 문제를 책임지고 (최태원 회장은)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사퇴하고 SKT를 폐업한다는 각오로 소비자 피해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민위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유영상 SKT 대표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