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도 성희롱 사건 있었지만 실질적 징계 없이 종결…이번에도 반복 우려
연말 회식 자리에서 비롯된 국립대구과학관 내 성희롱·성추행 의혹이 노동당국과 경찰의 조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피해 여성 직원들은 상사의 반복적인 성적 발언과 신체 접촉뿐 아니라 이후 직장 내 괴롭힘까지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TBC의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023년 12월 대구 달성군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국립대구과학관 환경미화 부서의 연말 회식 자리에서 발생했다.
이 자리에서 해당 부서의 파트장 직무대행 A씨가 여성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과 신체 접촉을 하는가 하면 자신의 집에서 재워 주겠다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피해자 중 한 명인 B씨는 A씨가 "힘들었지"라는 말을 하며 손과 무릎을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가 직책이 있는 사람이어서 거절하기가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과학관 내 여러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판 소재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A씨가 이를 잡아당기며 '덥지 않냐'고 말해 굉장히 당황했고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TBC 취재진이 확보한 녹취 파일에도 A씨의 부적절한 발언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녹취록에는 A씨가 여성 직원에게 "한번씩 애정을 가지고 어루만져 달라"는 표현을 쓰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피해 직원들은 이 같은 행위에 항의한 뒤 수개월에 걸쳐 A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까지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괴롭힘은 반복적인 감정노동 유도, 부당한 업무 지시 등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문제는 사건 발생 이후 기관의 초기 대응이 지연됐다는 점이다.
피해자 중 한 명이 고용노동청에 사건을 신고해 기관 통보가 이뤄진 건 지난달 17일. 그러나 국립대구과학관이 자체 조사위원회를 처음 구성한 건 한 달 이상 지난 지난 20일이었다.
이에 대해 과학관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외부 전문가를 섭외하고 절차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현재까지 해당 부서의 직무대행으로 근무 중이다. 취재진은 A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국립대구과학관에서는 2023년에도 성희롱 관련 사건이 발생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미약해 내부 비판이 제기됐으며, 사건은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종결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구고용노동청과 대구경찰청은 현재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으며, 과학관 측도 피해자 면담 및 진술 확보를 통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에 대한 인사 조치 여부는 향후 조사 결과와 관련 기관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과학관 인근 주민들과 이용객들은 기관의 대응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대구 달성군 현풍읍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은 "피해자가 여직원이고, 관장이 여성이라면 더 공감하고 바로 움직였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한 달 넘게 조용히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립대구과학관을 자녀와 함께 자주 찾았다는 40대 여성 방문객은 "이렇게 명확한 피해 호소가 있고, 녹취까지 공개됐는데도 지역 여성단체들조차 조용한 게 더 씁쓸하다. 누구보다 이런 문제에 먼저 목소리를 내야 할 단체들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희롱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아쉽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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