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실험적 회화 운동
참여 작가 13명 작품 국내 처음으로 한 자리에
전통적인 회화 방식 벗어난 다양한 시도
8월 13일까지
1960~70년대 프랑스 현대미술사의 전환점이 된 실험적 회화 운동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 Surfaces)' 참여 작가 13명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국내 최초로 열리고 있다.
대구보건대학교 인당뮤지엄이 선보이는 기획전 '쉬포르 쉬르파스'는 회화의 구조를 근본부터 해체하고 재정의한 이들의 철학과 창작 세계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그간 국내에서는 이 운동을 대표하는 일부 작가의 개인전이나 작품 소장 전시가 제한적으로 이뤄진 바 있으나, 운동을 주도한 작가 전원이 참여하는 전시는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앙드레 피에르 아르날(André-Pierre Arnal), 뱅상 비올레스(Vincent Bioulès), 피에르 뷔라글리오(Pierre Buraglio), 루이 칸(Louis Cane), 마크 드바드(Marc Devade), 노엘 돌라(Noël Dolla), 다니엘 드죄즈(Daniel Dezeuze), 토니 그랑(Toni Grand), 베르나르 파제스(Bernard Pagès), 장 피에르 팽스망(Jean-Pierre Pincemin), 파트릭 세투르(Patrick Saytour), 앙드레 발랑시(André Valensi), 클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의 작품 5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쉬포르 쉬르파스 운동은 1960년대 말 소르본 대학 점거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한 학생운동과 노동 파업, 알제리 독립 전쟁, 탈식민지화, 자본주의의 압력, 제도권 교육에 대한 청년 세대의 회의감 등 당대 프랑스 사회가 맞닥뜨린 혼란과 긴장, 저항의 정서 속에 탄생했다.
전통적인 사회 구조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던 이 시기, 몇몇 예술가들은 전통적인 회화의 규범을 벗어나 본질에서부터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은 지지체(Supports)와 표면(Surfaces)이라는 명칭처럼, 회화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요소를 대상에 주목했다. 캔버스를 해체하고 물성을 드러내며, 직조나 염색, 매듭, 접기 등 수공예 기법을 통해 캔버스 자체를 조형 요소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전시도 관행을 벗어나, 작품을 미술관 벽이 아닌 마을 곳곳과 광장, 거리 등 야외에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펼쳐놓았다.



기존의 방식에 대한 저항과 그에 따른 실험,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한 쉬포르 쉬르파스 운동에서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비슷한 시기, 강정보에서 열린 '대구현대미술제'에서도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기성 미술계의 경직성에 도전하며 다양한 미술 실험을 펼친 바 있다. 두 운동 모두 회화의 조형성과 의미 구조의 해체라는 공통적 정신이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전시장에서는 틀 없이 바닥에 펼쳐지거나 벽에 걸린 천, 덩그러니 놓인 나무 프레임, 매듭지어진 밧줄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편지봉투와 신문지, 유리창 틀, 도장, 폐유(廢油), 철조망, 타일, 지푸라기 등 일상 속의 오브제를 재료로 활용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노엘 돌라(80) 작가는 "당시 '회화는 끝났다'는 말들이 팽배했다"며 "우리는 회화의 해체를 통해 회화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틀에서의 해방이 아닌, 공간과 재료, 요소 간의 상호작용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해체하는 회화를 추구했다"고 덧붙였다.
김정 대구보건대학교 인당뮤지엄 관장은 "이번 전시는 쉬포르 쉬르파스의 정신을 단순히 과거로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가와 관람객에게 창작의 본질과 자유, 질문의 필요성을 다시 던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8월 13일까지 이어지며 일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 무료. 053-320-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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