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법관회의 안건 숨겨 논란…사법의 정치화 걱정
사법부 대표성 있나…찬성보다 찬성 3배 많아도 회의 강행
최기상 2대 의장, 임기 끝내고 민주당 국회의원 활동
대선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오는 26일 개최예정인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두고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3권분립'과 '사법부독립'의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정치논리에 편승해 좌편향의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며 법원 내부에서 조차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법관회의 안건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대법원 파기환송 사건 논의 안건을 숨겨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대법원 비판 감춘 보도자료 논란
전국법관회의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선 의견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회의에 논의할 안건에는 '이 후보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이 사법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당초 '재판 독립 침해 우려'와 관련해 임시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려는 의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안건 내용에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이례적 절차 진행에 대한 논의도 포함시켜 사법의 편향된 정치화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 내부에서도 "특정 사건을 안 다룬다고 해놓고, 결국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유죄 판결에 대해 공격하는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될까봐 자극적인 표현을 고의적으로 숨긴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국법관대회의 사법부 대표성 있나
전국법원 대표판사 126명으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조차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임시회의 소집과 결정과정에서도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임시회의는 대표판사 5분의 1이상(26명)이 찬성해야 열수 있다. 대표들은 지난 8일 오후 6시까지 단체 대화방에서 투표를 진행했지만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운영진은 투표시한을 다음날인 9일 오전 10시까지 연장해 겨우 26명을 채웠다. 반면 투표에 참여한 70여명은 반대 입장으로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찬성보다 반대가 3배 정도 많았으나 회의 개최가 결정된 것이다. 법관대표회의는 반대 여론이 높은 것을 의식한 것인지 찬반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다.
개최 시점도 대선 일주일 전이어서 논란이 많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이번 회의 내용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수 있어 회의를 꼭 해야 한다면 차라리 개최시기를 대선 뒤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태생부터 좌편향…진보 수장 대부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흘러나오면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원 내부의 수평화를 위해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요구가 거세졌다. 결국 전국법관대표회의규칙이 제정됨에 따라, 2018년 4월부터 공식 기구로 출범했다.
이성복 당시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초대의장으로 선발한 2017년 회의때는 진보성향의 판사들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진보 성향 판사들이 만든 연구단체인 '우리법연구회'의 후신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은 모두 6명이 활동했으며 2018~2019년 2기 의장을 지낸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의장임기를 끝내고 이듬해인 2020년 총선에서 서울 금천구지역에 더불어민주당 공천받아 재선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3~4기 의장을 지낸 오재성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으로 진보적·개혁적 성향으로 꼽힌다. 2023년 선출된 박원규 7기 의장이 2018년 상설화 이후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가 아닌 인사로는 처음이라 할 정도로 진보성향의 의장들이 전국법관대표회의 수장을 맡아왔다.
◆그동안 어떤 논의 했나
전국법관대표회의 시작은 2003년 '4차 사법파동'이다. 대법관 임명을 둘러싸고 고위 법관과 중견·소장법관 간 갈등이 발생했다. 그해 8월18일, 판사 70여명이 참석한 '전국 판사와의 대화'가 긴급 개최되면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2009년에는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 2017년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며 법관대표회의가 재소집됐다. 이후에도 '사법행정권 남용', '사법농단' 의혹 등 민감한 사안을 논의해 왔다. 지난해 12월9일 정기회의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공식화했다.
지방법원 한 부장판사는 "전국대표법관회의는 주로 사법파동때 회의를 긴급하게 진행했으나 최근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정치적으로 이슈됐던 사건 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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