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항소심 패소 후 민원 봇물 "착수금 수백억, 대법서 뒤집을 수 있나"

입력 2025-05-20 16:10:06 수정 2025-05-20 18:35:35

포항시 '지진 소송 안내센터' 운영…관련 문의만 하루 20여건 달해
'포항시와 변호사는 뭐하나' 볼맨 목소리에 1인 시위 등 특단 대책 추진

포항시청 앞 삼거리에 포항 촉발지진 정신적 위자료 항소심 결과를 규탄하는 시민단체들의 항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시청 앞 삼거리에 포항 촉발지진 정신적 위자료 항소심 결과를 규탄하는 시민단체들의 항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신동우 기자

"착수금만 200억원에 달한다는 데 대법원 상고심에서 뒤집을 수 있나요?"

포항 촉발지진 정신적 위자료 항소심 원고(포항시민) 패소 판결을 두고 지역 내 불만이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 특히 49만명이 넘은 추가 소송인단 모집에 적극 나선 변호사들이 항소심 판결 이후 소극적으로 바뀌면서 시민들의 원성이 일고 있다.

20일 포항시에 따르면 최근 운영을 시작한 '포항지진 대시민 안내센터(이하 안내센터)'에 소송 관련 민원만 하루 평균 2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항소심 판결문 내용이나 추후 소송 절차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 또 '대법원까지 패소하면 추가 소송을 변호인단에 지불했던 착수금을 돌려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송 계약 수임료는 '3만~5만원(착수금)+실제 지급금의 3~5%(성공보수)'으로 이뤄졌다.

총 49만9천881명(포항시 조사 기준)이 추가 소송에 참여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계산으로 착수금만 149억9천643만~249억9천405만원에 이른다.

결론적으로 착수금은 이미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재판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돌려받을 수 없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착수금은 말 그대로 소송 참여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등의 비용이다. 워낙 큰 규모의 사건이고 상징성을 생각해 일반 사건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금액이 책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내센터에는 "착수금을 받아 챙긴 수십 명의 변호사는 이른바 '샘플재판' 뒤에 숨어 해당 재판을 맡은 몇 명의 변호사에게만 일을 맡기고 뒷짐을 지고 있다"는 불만 가득한 내용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불만이 고조되자 포항시와 포항지역 변호사협회 등과 협의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장상길 포항시 부시장이 20일 기자 간담회에서 포항 촉발지진 정신적 위자료 소송에 대한 향후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신동우 기자
장상길 포항시 부시장이 20일 기자 간담회에서 포항 촉발지진 정신적 위자료 소송에 대한 향후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신동우 기자

장상길 포항시 부시장은 20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변호사협회 등과 만남을 갖고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행동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 "지진을 유발한 지열발전소 국책사업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고 항의 메세지를 전달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산업부와 재판부를 대상으로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직접 나서 1인 시위까지 추진 중이다.

장상길 포항시 부시장은 "항소심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지급 능력을 고려해 보상 액수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렇게 정부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는 판결이 나올지 몰랐다"면서 "정치권은 물론 변호사, 시민사회 등이 모두 힘을 모아 정부의 고의 과실을 인정받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에 대해 정부 합동조사단은 당시 국책사업이던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에 의한 지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시민들은 관리주체인 산업부 등을 상대로 2018년 10월부터 정신적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약 5년 간의 재판을 거쳐 2023년 11월 1심 재판부는 '1인당 200만~300만원' 정부 배상 판결을 내렸으나, 지난 13일 2심 재판부는 1심 내용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