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조유진] 기후위기를 말하는 미술들

입력 2025-05-20 10:29:57 수정 2025-05-20 15:14:00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는 일찍이 무더위가 시작되고, 그 기간도 예년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다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들판의 물길은 자주 마른다. 한반도의 특징이었던 사계절의 경계는 점점 흐려진다.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어지는 이 변화 속에서, 우리는 종종 지구가 조금씩 아프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수치로는 알지만, 체감하지 못하는 그 변화들은 어쩌면 숫자가 아닌, '느낌'으로 다가가는 방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느 날 런던의 한 광장에, 거대한 얼음덩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슬란드에서 떼어온 빙하 조각들이었다. 그 스펙터클 앞에 사람들은 멈춰 섰고, 얼음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이 퍼포먼스를 만든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은 "이것은 지구의 눈물입니다"라고 말했다.

차가운 빙하는 물이 되어 발밑을 적셨고, 비로소 사람들은 그것이 '내 삶의 일부분'임을 실감하게 됐다. 관람자들은 눈앞에서 '빙하'가 물이 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기후 위기를 몸소 깨달았다. 과학이 계속해서 경고를 보내지만, 그 경고가 쉽사리 마음까지 닿지는 않는다. 바로 그 좁고도 먼 간극은 예술만이 대신 메울 수 있는 틈일 것이다.

미국의 설치미술가 마야 린(Maya Lin)은 기후변화로 인해 소금물의 영향으로 황폐화된 숲의 다 죽어가는 나무들을 뉴저지에서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으로 옮겨 심었다. 공원의 울창한 나무들 사이 49그루의 앙상하게 죽어가는 나무들은 산불, 가뭄, 해수면의 상승 등 기후 위기에 의해 소멸되는 생태계과 지금의 위기를 뉴욕 한복판에서 6개월의 기간 동안 환기시켰다. 그녀는 예술을 통해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마지막 목소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는 예술가들은 종종 말 대신 자연의 언어를 빌린다. 작품의 재료는 얼음일 수도 있고, 흙일 수도 있고, 사라진 생명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감정'이 있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문제를 말하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것은 공감이다.

기후 위기를 다루는 예술은 단순한 고발이 아니다. 예술은 기억하고, 감각하게 한다. 참여하게 하고, 돌보게 하며, 우리 모두가 '지구에 속한 존재'임을 다시 깨우쳐준다. 공포가 아니라 연민으로, 경고가 아닌 공감으로 말한다.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아마도, 직접적인 변화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바꾼다. 마음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결국 세상은 꾸준히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