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진식] 유심정보 해킹 사태의 이면

입력 2025-05-20 15:39:11 수정 2025-05-20 17:48:07

경북경찰청 강력계장

이진식 경북경찰청 강력계장(경정)
이진식 경북경찰청 강력계장(경정)

최근 SKT 유심 정보 해킹 사태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본인의 유심 정보가 유출되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유심 교체 등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자금융사기 범죄조직에 개인정보가 유출돼 재산상 피해를 입을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범죄 조직이 개인정보와 인증 정보를 해킹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이를 이용해 범죄, 특히 전자금융사기 범죄에 활용하거나 한 개인을 사칭해 직접 금융 재산을 탈취하기 위함이다. 온라인 전자금융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만큼 전자금융사기 범죄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지는 것도, 수법이 진화하면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실제 피싱 범죄는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2%(863건) 증가했다. 피해 금액은 같은 기간 무려 1천705억원(120.8%)이나 늘었다.

전자금융사기 범죄 피해 불안감의 기저에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높아지는 반면에 피해를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 크다. 또 범죄 조직은 해외에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현실적 상황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포 통장과 국내 자금 인출책을 통해 여러 번 자금세탁을 해서 피해금을 해외로 송금하고 있다. 범행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핵심 조직원들은 모두 해외에 거점을 두고 활동해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경찰은 2022년부터 범죄 조직 검거를 위해 중국·필리핀·베트남 등 현지에 해외 수사 팀을 파견해 해외 공조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협업해 피싱 범죄 조직이 사용하는 악성 앱을 지속적으로 분석·차단하고 있지만, SKT 유심 해킹 사태와 같은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악성 앱 차단·탐지를 회피하는 수법이 발전한다면, 피싱사기 등 전자금융사기 범죄의 감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사후적 방식의 검거에만 집중하게 되면 검거 방식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계속 진화하겠지만, 국민의 피싱 범죄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이 높아진다면 범죄를 사전에 차단해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진다. 피싱 범죄의 실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피싱 범죄 건수와 피해 규모가 감소할 수 있다.

더불어 피싱 범죄에 가담한 내부자·관계자의 자수와 신고가 있다면, 결정적인 제보를 통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직접적인 범죄 단서를 확보할 수 있어 보이스피싱 조직의 해외 콜센터 등 핵심에 접근이 가능하다. 또 추가 수사를 통해 국내외 피싱 범죄 조직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위 두 가지 피싱 범죄 해결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경찰청은 올해 4월부터 피싱 범죄 종합 홍보 계획을 추진, 대국민 체감 홍보 콘텐츠 제작과 찾아가는 피싱 예방 교육 확대 등 피싱 범죄 예방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2개월간 피싱 범죄 등 특별 자수·신고 기간을 운영해 자수자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신고자에 대해서는 최대 1억원의 검거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국민 여러분께 유심 해킹 사태로 인한 불안감의 이면인 피싱 범죄의 예방에 많은 관심을 당부드린다. '범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출구'가 되는 가담자의 자수와 범죄 조직에 대해 알고 있는 관계자의 적극적인 신고도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