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주 4.5일제', 김문수 '주 52시간제 개선'
이준석 '지역별 최저임금제'…사회적 파장 주목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노동시간 단축, 제도 유연화, 임금 결정 권한 분산 등 노동정책을 둘러싼 후보들의 해법이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각기 다른 접근은 기업 부담, 노동자 권익, 지역경제 활성화 등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유권자의 선택을 시험하고 있다.
◆ 이재명 "주 4.5일 도입…노동시간 감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주 4.5일제 도입과 확산으로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 노동시간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임금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1천874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1천717시간)보다 157시간 많다. 이를 주 40시간으로 환산하면 OECD 평균보다 한 달 이상 더 일하는 셈이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국가는 1천400시간 미만이며 한국 다음으로 긴 미국도 1천810시간 수준에 그쳤다.
해외에서는 국가 단위로 주 4일제가 시범 운영된 바 있다. 아이슬란드 정부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실시한 주 4일제 근무 실험 결과, 대부분의 직장에서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했으며, 근로자의 스트레스와 번아웃 수준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있었던 영국의 4일제 근무 대규모 실험에서도 참여 기업 61곳 중 56곳이 시험 종료 후에도 계속 4일제를 유지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이 주 4일제 도입 후 매출과 생산량이 해마다 2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022년 7월부터 조건없는 주 4일제를 전면 도입한 온라인 기업교육 전문 벤처기업 ㈜휴넷의 사례를 연구한 김태형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업경영학부 조교수 등은 휴넷이 주4일 근무제를 단순히 휴일을 하루 추가하는 직원 복리후생 확대의 개념이 아닌 업무 몰입과 생산성 향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직원 행복 증진 효과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성 제고, 매출 증가, 채용 경쟁률 상승, 휴식의 생산성과 질 향상 같은 성과 창출로 조직 전반에 직·간접적인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경영계는 주 4.5일제 도입으로 인한 비용 증가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반대하거나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주요국 대비 낮은 상황에서 법정 근로시간까지 줄이면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는 논리다. 중소기업일수록 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과 관련된 노사 분규도 걱정거리다. 앞서 주 4일 근무를 시도한 기업들 중 일부는 임금을 10% 삭감하고 시행해 직원들의 반발을 산 사례도 있다. 경영계는 대안으로 노동시간 유연화와 생산성 향상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공서열 위주의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선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무제 활용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해외에서도 주 4일제는 일부 실험에 그칠 뿐 벨기에를 제외하면 국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 김문수 "노사 합의 기반, 주 52시간제 개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가장 첫 번째 공약으로 제시했다.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주 52시간제 근로시간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행 기간에 대해서는 취임 즉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기존 재원 활용으로 추가 재정 소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주 52시간제는 장시간 노동 관행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8년 도입됐지만 일부 업종과 중소기업의 부담, 노동 강도 조절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정부는 보완 입법과 유연근무제 확대 등으로 손을 보려고 하고 있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23년 정부는 주 최대 69시간제로 알려진 개편안을 입법 예고하며 주 단위가 아닌 월, 분기 단위로 연장 근무 한도를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특정 주에는 52시간을 초과한 근무도 가능하게 유연화를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과로 위험 증가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강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
경영계는 공식적으로 주 52시간제의 경직성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주 52시간제 시행 당시에도 주요 경제단체들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입법보완을 요구했고, 2023년 정부가 유연화를 추진할 때는 적극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올해 1월 성명을 통해 반도체산업의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주 52시간제의 경직적 적용이 반도체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한 경총은 연구개발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 산업은 단기간 집중적인 개발이 요구되며 현재의 근로시간 제도로는 글로벌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총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들이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업무 수행에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연구개발·전문직의 경우에는 근로시간제도를 유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준석 "지자체별로 자율적으로 최저임금 결정"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최저임금 최종 결정 권한을 지자체에게 위임하겠다고 했다. 지역 간 생활비 및 인건비 격차를 고려한 최저임금제도 개편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구체적으로 중앙정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가 기본 최저임금을 결정한 후 각 지방자치단체가 기본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30% 범위 내에서 가감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주거비, 생활비, 기업의 인건비 부담 수준을 반영해 광역지방의회가 자율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23년 7월 경북대 법학연구원이 발간한 법학논고에서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적용에 관한 법 이론을 검토한 이재현 부산대 법학연구소 특별연구원은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적용은 지역의 생활 수준과 생계비를 구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법 목적에 부합한다"며 "모든 지역에 지역별 차등 최저임금이 설정될 필요는 없다. 필요성이 있는 특정 지역에 한해 차등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소헌 주일한국대사관 선임연구원 등이 일본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화의 고용 효과를 분석한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지역최저임금이 10엔 상승할 때 지역 내 남성 정규직 노동자 수는 1만6천730명 감소하고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7천650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최저임금의 지역차등화가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과 최저임금 상승폭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고용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일수록 임금 노동자 중 비정규직 종사자 비율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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