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 대통령 전격 탈당...친윤계 의원들 권유한 듯
金 지지율 탄핵의 강 넘고 진영 프레임으로 바뀔 수도
한동훈, 캠프 합류 가능성 주목돼
윤석열 전 대통령이 17일 국민의힘 탈당을 전격 선언한 가운데 30% 박스권에 갇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 탈당을 두고 당내에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지금부터라도 '원팀'을 이뤄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尹 "국민의힘을 떠난다...김문수에게 힘을 모아 달라"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떠납니다"라며 "길지 않은 정치 인생을 함께 하고 저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국민의힘을 떠나는 것은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비록 당을 떠나지만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입니다"라며 "국민의힘 김문수에게 힘을 모아 주십시오.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주십시오. 여러분의 한 표 한 표는 이 나라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고 번영을 이루는 길입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부터 꾸준히 거론돼오다 김용태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정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5일 취임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해 주실 것을 요청하겠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공식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날 탈당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다수 친윤계 의원들의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인위적인 탈당이나 강제 출당은 오히려 당내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아마 당과 선거를 위해 그러한 판단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지율 제자리걸음 金...'尹 탈당'으로 반전하나?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후부터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여부를 매듭짓지 못한 채 지지율 한계를 드러냈다. 1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3~15일, 만 18세 이상 1천4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16.4%)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51%로 김 후보(29%)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8%)를 압도했다.
특히 김 후보는 수도권 등 중도층에서 이 후보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 서울에선 50%가 이 후보를, 28%가 김 후보를 지지했다. 대전·세종·충청에서도 이 후보 46%, 김 후보 29%였다. 중도층에선 52%가 이 후보, 20%가 김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에서도 김 후보의 지지율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김 후보는 TK에서 48%, 이 후보는 34%의 지지도를 각각 얻었다. 지난 20대 대선의 경우 윤 전 대통령은 TK에서 73.90%의 득표율을 올려 당시 이 후보(22.76%)를 크게 앞질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넌 뒤 진영 대결로 대선 국면을 이끌어 간다면 지금보다 지지율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내홍을 겪긴 했으나 윤 전 대통령 탈당 등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일들이 하나씩 해결되고 있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는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렇게 되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단일화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탈당이 지지율 반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윤 전 대통령 탈당 시기가 너무 늦었다. 대선이 17일 남은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비상계엄, 탄핵 등을 상기시키는 효과만 있을 것"이라며 "탈당이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서 쇄신책들이 나와야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김문수 손잡고 '원팀' 이루나?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하면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의 김 후보 캠프 합류 여부도 귀추가 주목된다. 한 전 대표는 경선에서 탈락한 뒤 당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고 거리를 둔 채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소식 이후 SNS을 통해 "저는 우리당 승리를 위해 최소한 '(1)계엄 반대(이미 지난 12월말 당차원의 계엄에 대한 사과는 있었으니, 지금은 계엄으로 인한 탄핵 반대에 대한 당의 입장 선회가 핵심입니다), (2)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당의 절연, (3)자통당 등 극단세력과의 선긋기'가 필수적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3가지 없이 이길 수 없습니다"며 "그래서 저는 대통령후보 토론이 열리는 5월 18일까지 김문수 후보가 그 3가지를 결단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말씀드렸듯이 저는 3가지 과제가 수용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당을 위해 적극적으로 할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며 "다음 주에는 현장에서 국민들과 만날 것입니다"며 선거 유세 참여를 시사했다.
친한계 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 친한계 의원실은 대선과 한발 떨어진 모습이었다면 다음 주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윤 전 대통령 탈당이 당은 물론 '반명 빅텐트'를 구성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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