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촉발지진 소송 항소심 패소…추가 소송 49만명 운명은?

입력 2025-05-15 17:06:52 수정 2025-05-15 20:54:53

변호인 측 "상고심 재판 결과에 따라 향방 정해질 듯"

지난 13일 대구고법 정문에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포항지진 관련 항소심 패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대구고법 정문에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포항지진 관련 항소심 패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 촉발지진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이른바 '샘플 소송' 원고가 패소하면서 추가 소송인단 49만여명도 대법원 상고심만 쳐다보는 처지에 놓였다.

대구고법 민사1부(정용달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지진 피해 포항시민 111명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포항지진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1심 재판부가 2023년 11월 시민 1인당 200만~300만원 정부 배상을 인정한 판결이 완전히 뒤집혔다. 재판부는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과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지진 등 총 2번의 큰 지진 발생 당시 포항에 거주했으면 300만원, 한 차례만 포항에 있었으면 200만원의 배상을 인정했다.

이 판결 이후 포항지역에는 추가 소송 열풍이 불었고, 변호사 사무실마다 소송을 원하는 시민들이 줄을 늘어설 정도로 호응이 컸으며 소송인단이 49만여 명에 이르렀다.

당시 일부 변호사들 사이에선 "한몫 챙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돌았고, 전국에서 변호사들이 포항으로 몰려와 임시 사무실을 차리거나 불법 호객 행위가 불거지기도 했다.

소송 계약은 대부분 '착수금 3만~5만원+실제 지급금의 3~5%(성공보수)'으로 이뤄졌다. 4인 가족의 경우 착수금이 최대 20만원에 이른다. 착수금만 1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49만명 중 약 37만명이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계속 중이고, 나머지는 서울중앙지법 등에 접수돼 있다. 포항에선 범시민대책본부와 공동소송단의 소송이 대표적이며, 일부 변호사들은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포항지원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해당 재판부와 변호인단이 협의해 변론기일을 지정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지면서 향후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으로 결론 나면 다행이지만, 기각이 되면 소송을 부추겼던 지자체와 변호사들도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추가 소송에 참여한 한 시민은 "당시에는 재판만 거치면 목돈이 들어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제는 재판도 못해보고 착수금마저 날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 변호인은 "지열 발전 사업과 포항 지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정부의 조사 결과가 없었다면 이 소송이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2심 판결에서 따져볼 부분은 많지만 대법원의 판단이 걱정스럽긴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