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주자들이 앞다투어 지역개발 공약을 내놓으면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는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제도가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예타를 통과하지 않으면 실현이 어렵고, 현재 대구∙경북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신공항, 공항철도, 달빛철도 등)도 예외가 아니다.
왜냐하면 지역 현안 사업 가운데 일부는 예타면제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총사업비가 일정 규모(현행 500억 원) 이상이면서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일정액을 넘는 대부분의 공공투자사업은 예타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예타제도는 수요가 없거나 경제성이 낮은 사업의 무리한 추진을 방지하고,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1999년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예타는 크게 경제성 분석과 정책성 분석으로 나누어 실시된다. 경제성 분석을 통해 수요 및 편익 추정, 비용 추정, 경제성 및 재무성 평가, 민감도 분석이 이루어지고, 정책성 분석을 통해 지역경제 파급효과, 지역균형개발, 사업추진 위험 요인, 정책의 일관성 및 추진 의지, 국고지원의 적합성, 재원 조달 가능성, 상위계획과의 연관성, 환경성이 검토된다.
예타제도는 1999년 최초로 도입된 후 2019년 제도 개편 이전까지 20년 동안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여 경제성 35~50%, 정책성 25~40%, 지역균형발전 25~35%의 가중치를 부여하였다. 그러다가 2019년 예타제도 개편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다소 차별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도 개편이 있기는 했지만, 그동안 제기되었던 많은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예타에서 경제성 분석은 비용(costs)과 편익(benefits)을 비교하는 것이고, 편익의 크기는 대부분 시설이용자의 수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같은 사업이라도 전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사는 수도권의 경우에는 경제성이 높게 나오지만, 지방도시나 인구 과소지역은 경제성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비수도권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예타의 문턱을 넘기 힘들었고, 선거공약으로 제시된 것도 예외가 아니었다.
각종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는 그 자체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도 크다. 공급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현재의 지역 여건을 고려하여 평가된 경제성만으로 공공투자사업의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과거(성과)를 보고 미래의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 의지를 반영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 이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 1899∼1992)를 거쳐 오늘날로 이어지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정부의 개입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1883~1946)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인간은 시장에 의해 지배받는 동물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이론적 공헌이 없었다면 자본주의는 지금처럼 강력한 경제체제로 거듭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과거의 성과를 기초로 추정된 미래의 기반시설 수요를 근거로 미래의 투자를 결정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기반시설의 경우 인구와 이용자가 많아야 수요가 많아지는데, 필요에 따라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SOC는 대부분 사적재(私的財)가 아닌 공공재(公共財)이고, 시장이 실패하는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SOC 투자의 경우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수도권집중의 사회적 비용이 계속 증가해 왔고, 지방의 쇠퇴가 지속되어 급기야는 국가균형발전에 국가의 명운(命運)을 걸 수밖에 없는 시점에 왔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기조를 다시 검토하고, 공공투자의 방향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와 함께 관련 제도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부 공공투자(SOC 투자)사업의 경우 수요에 바탕을 둔 경제성에 따라 추진 여부를 결정해도 무리가 없는 것들도 있으나, 일부 공공투자사업의 경우에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것들도 있다. 특히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반시설(예: 공항, 항만, 철도)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거시경제원리를 따른다면, 한계생산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투자가 바람직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3대 생산요소(자본, 노동, 토지)의 투입에 따른 한계생산성이 높은 지역에 공공투자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과거가 아닌 미래에 투자하는 길이다. 수도권의 비대화와 지방쇠퇴 문제의 인식과 대안의 선택은 눈앞의 경제적 득실이 아니라, 먼 장래의 국토 공간구조와 국가경쟁력을 바라보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가 백년대계를 고려한 예타제도 개편이 필요한 이유다.
윤대식(영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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