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전 고용노동부장관
제 21대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 왔다. 그러나 550만 자영업자 특히 고령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결할 실질적인 대책은 미흡하다.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현재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약 200만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35%에 달한다.
이들의 5년 내 폐업률은 72%에 이르며, 이는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다. 자영업이 이제는 고령층 생존의 최후 보루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은퇴 후 노동시장에서 밀려나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42%는 연 1,200만원 미만의 저조한 수익을 올리며, 준비 부족과 경쟁 심화로 노후 자산까지 소진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고령층이 자영업에 나서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부는 자아실현이나 경험 활용에서 출발하지만, 다수는 정년 후 또는 주된 직장에서 밀려난 이후 노동시장에서 갈 곳을 잃고 창업에 나서는 구조적인 압박 때문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60세 이상 자영업자의 약 42%가 연간 1,200만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으며, 상당수는 준비 없이 경쟁이 치열한 생계형 업종에 진입한 경우다. 은퇴 후 평생 자산마저 소진하는 '이중의 타격'을 감내하고 있다.
그 이면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 연공형 임금체계 등 성과와 생산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경직된 고용 구조, 낮은 국민연금 수급률,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재취업 축소,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제도의 부재 등 구조적 요인이 중첩되어 고령층을 자영업 시장으로 떠밀고 있다. 이제 창업은 사실상 '퇴로 없는 진입'이 되고 있다. 전문성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다수는 시장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대책은 무엇일까. 첫째, 노동시장의 유연화다. 나이에 상관없이 경력과 역량에 따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년 이후 재고용 인센티브 확대, 직무 중심 임금체계 전환, 고령 친화적 직무개발이 강화돼야 한다. 단계적 은퇴를 제도화하고, 계속 고용을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둘째, 준비된 창업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 생계형 창업에 몰리는 현재의 구조에서 벗어나 중장년층 맞춤형 창업지원센터, 전문가 멘토링, 고령자 친화형 업종 모델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창업 실패자에게는 부채 조정, 재교육, 취업 연계 등 재기의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단순히 창업을 장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패 이후의 '재기의 사다리'를 준비해야 한다.
셋째, 협동조합이나 공유경제 기반 집단 창업 모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동 브랜드·물류·마케팅 체계는 개별 자영업자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고,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지역 기반으로 운영되는 고령자 협동조합은 공동체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넷째, 자영업 외에도 다양한 고령 경제활동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 세대 간 기술 전수 프로그램, 시니어 인턴십, 디지털 프리랜서 활동 등은 고령층의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일본 등 고령화 선진국에서는 고령층과 청년이 협력하는 모델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
끝으로,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체계 강화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현실화, 퇴직연금의 실효적 운용, 개인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등을 통해 '억지로 일하는 노후'에서 '선택 가능한 경제활동'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져야 한다.
고령 자영업 문제는 단지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층의 빈곤은 젊은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는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의 '고령자 계속 고용 의무제' 도입 제안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고령 노동자에게 일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제공하는 일은 기업의 책임이자 사회적 연대의 시험대다.
지금 우리는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겐 기회를, 쉴 수 있는 사람에겐 여유를'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갈 기로에 서 있다. 고령 자영업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더 나은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다. 그 선택은 지금,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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