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金-韓 협상에 당 지도부 칼 빼들어
심야 시간에 속전속결로 일어난 후보 교체
전면전 예고한 金, 그러나 당원이 金 손들어줬다

'단일화 협상' 난항에서 시작된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강행한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사태가 무산으로 끝났다.
당 지도부는 심야 단일화 협상, 비상대책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를 열어 속전속결로 '김문수 후보 선출 취소', '한덕수 후보 교체'라는 막장극을 보였지만 당원투표 부결로 김문수 후보는 극적으로 대선 후보 자격을 회복했다.
◆金-韓 두 차례 회담에도 결렬, 칼 빼든 당 지도부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사태는 대선 후보 등록일인 10일 전까지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김문수-한덕수 단일화'가 발단이 됐다.
당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후보와 조속한 단일화를 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해 온 김 후보는 선출 직후부터 당 지도부와 충돌하며 갈등을 빚었다.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이내 단일화를 원했지만 김 후보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7일, 8일 두 차례 진행된 김문수, 한덕수 후보 측의 단독 협상에서도 좀처럼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김 후보는 "한 후보가 입당해 공정한 경선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 후보는 "11일 전까지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기간 초조해진 지도부는 당심(黨心)으로 김 후보를 압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대선 후보 최종 경선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단일화 시기를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하거나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소집하는 공고를 냈지만 김 후보가 "강제 단일화를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은 악화일로로 향했다. 결국 당 지도부는 9일 오후 '후보 교체' 칼을 빼들 었다.
후보 교체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9일 오후 8시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10일 0시를 단일화 협상 데드라인으로 지정해 두고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동시에 김 후보와 한 후보 캠프도 물밑 실무자 협상를 진행 중이었다. 이들은 오후 8시30분부터 단일화 협상에 나섰지만 단일화 여론조사의 '역선택 방지 조항'에 대한 이견을 보이면서 시작한 지 23분 만에 결렬로 끝났다. 김 후보 측은 국민여론조사 100%와 역선택 방지조항 배제를 요구했고, 한 후보 측은 국민의힘 경선 룰인 '당원 50%·국민여론조사 50%'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1차 협상이 결렬 후 의총에서는 '대선 후보 재선출 결정 권한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위임'하는 안건이 찬반 표결에 부쳐졌다. 안건은 참석의원 64명 중 찬성 60명, 반대 2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됐다. 양 후보의 협상이 불발될 경우 당 지도부가 곧장 후보 교체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의원들이 비대위에 후보 재선출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김 후보와 한 후보 측은 1차 협상 종료 후 1시간 30여 분 만에 다시 2차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이 역시 약 40분 만에 마무리됐다. 역선택 방지 조항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란 어려웠다.
협상 데드라인 10일 0시. 당 지도부는 즉각 비대위 회의와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동시에 열었다. 양측의 협상 최종 결렬이 확실시되자마자 속전속결로 재선출 절차 작업에 돌입했다.
비대위와 선관위는 대통령 선출 절차 심의 요구, 김 후보 선출 취소, 한 후보 입당 및 후보 등록 등 안건을 순차적으로 의결했고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선출 취소를 알리는 공고와 대통령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냈다.
후보자 등록 신청은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단 1시간 동안만 진행됐다. 이 시간 한 후보는 단독으로 후보 등록을 신청했다. 한 후보가 제출한 서류는 후보자등록신청서, 자기소개서, 세금 납부 및 체납증명에 관한 현황서 등 무려 32건이었다.
후보 등록 마감 후 국민의힘은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한 후보로 변경해 지명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ARS 조사에 나섰다. ARS 조사에서 후보 변경 찬성 의견이 과반일 경우 전국위원회를 열어 한 후보를 추인할지 다시 묻고, 비대위와 선관위를 열어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당원 투표에 달라진 결과…金 손들어줬다
상황은 김 후보에 불리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당 지도부가 본격 후보 교체 작업을 단행하기 전 김 후보가 후보 교체를 막기 위해 서울 남부지법에 제기한 전국위원회·전당대회 개최를 금지하고 후보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마저 기각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재차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선포하면서 전면전을 예고했다. 10일 오전 9시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며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도 "김 후보는 지도부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과 거짓말을 반복하며 갈등을 일으켰다"며 맞섰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김 후보가 낸 가처분 결과에 따라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향방이 갈린 건 당원 투표 결과였다. 10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ARS 후보 교체 찬반 투표에서 당원들은 김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전례 없는 후보 교체 사태에 당내에는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면서다. 당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과 비주류 의원들은 지도부를 비판하고 김 후보를 엄호하고 나섰다. 경선 후보들은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한동훈), "두 X이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홍준표), "막장극을 자행하고 있다"(안철수), "국민의힘의 모습이 아니다"(나경원) 등의 글을 올리면서 지도부를 겨냥했다.
당원 투표 종료 전인 10일 오후 7시, 김 후보 측과 한 후보 측도 사실상 마지막인 실무협상을 재개했다. 김 후보 측은 당 중진들이 제시한 중재안을 바탕으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절반만 반영하는 형태의 '100%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제안했으나, 한 후보 측은 K-보팅 시스템을 활용한 전 당원 투표를 역제안하며 대치했다.
결국 마지막 단일화 합의마저 실패하면서 지도부는 오후 11시 비대위 회의를 열고 당원 투표 결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 당원 투표에서 '후보 교체'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근소한 차이로 많이 나오면서 상황이 뒤집힌 것이다. 결국 전날 심야 비대위에서 통과된 후보 교체 안건은 부결됐고, 김문수 후보는 가까스로 대권 후보 지위를 재획득하는 반전을 거듭했다.
후보 교체를 주도한 권 비대위원장은 사퇴했다. 그는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은 너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제 부족함 때문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도 법원에 낸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
후보직을 지킨 김 후보는 국민의힘은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김 후보를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기호 2번'을 굳힌 듯했던 한덕수 후보는 출마 선언 8일 만에 대권 레이스에서 탈락하면서 "모든 것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승복하겠다"라며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지지자 분들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기원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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