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수 경제부 기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대한민국의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다. 그가 대구 시정을 이끌면서 대구시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정치권을 대표하는 '빅마우스'답게 그가 페이스북에 쓴 글은 각종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는 중앙 정치에 훈수를 두는 글뿐만 아니라 시정에 관해서도 꽤 많은 페이스북 글을 남겼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모습이었다.
2022년 8월 31일 대구시와 과기정통부는 수성알파시티에서 '디지털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동 협약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박윤규 과기정통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협약의 주요 골자는 2030년까지 약 2조2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대구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ABB) 분야의 디지털 혁신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협약식 다음 날인 9월 1일 과기정통부의 담당 부서인 소프트웨어산업과는 정부 공식 정책 브리핑 채널을 통해 "수성알파시티를 디지털 혁신 거점으로 지정한 바 없다"고 밝히며 "관련 사업은 내년 전국 공모를 통해 선정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같은 혼선에 대해 홍 전 시장은 "과기부는 차관보다 일개 과장이 더 센 부처인가 보다. 어처구니없다"는 거친 언사로 과기정통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동안 대구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예산과 사업 권한을 가진 중앙 부처에 늘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구시 국장과 과장이 중앙 부처 담당 사무관과 만나기 위해 서울, 세종을 오가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서도 푸대접을 받기 일쑤였지만 홍 전 시장 앞에서는 중앙 부처도 어림없었다. 덩달아 대구시 공무원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짙었다. 그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추진되는 업무 방식은 여기저기서 파열음을 냈다. 시민들에게 익숙한 슬로건인 '컬러풀(Colorful)' 대구를 아무런 사전 논의 없이 '파워풀(Powerful)' 대구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이다.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도시 브랜드가 갑자기 바뀌자 시민단체는 관련 절차를 무시한 독단적인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공직 사회도 경직됐다. 그의 눈 밖에 나면 한순간에 좌천되기 일쑤였다. 그가 재임하던 시절 파견이나 타 기관과의 인사 교류를 신청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홍 전 시장은 그의 표현대로 '서울 시민'으로 돌아갔다. 남겨진 대구 시민들은 또다시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이 유력한 상황에서 대구 시민은 또 다른 강력한 리더십에 기대야 하는 걸까. 대구는 이미 다른 길을 걸은 바 있다. 권영진 전 대구시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민주당 출신 홍의락 전 의원을 경제부시장으로 영입하며 협치의 길을 열었다. 중앙과 지방, 여당과 야당이라는 구분을 넘어선 파격적인 인사였다. 그의 선택은 많은 논란을 낳았지만 동시에 '조화로운 대구'를 위한 실험이기도 했다.
'파워풀' 대구는 추진력과 결단력이 강점이지만, 때로는 그 강함이 유연성을 잃고 스스로를 부러뜨리기도 한다. 반면, '피스풀(Peaceful)' 대구는 다름을 존중하고 균형을 중시한다. 어느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 지속 가능한 리더십은 조화로움 속에서 피어난다. 갈등과 대립의 정치가 아닌, 조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피스풀 대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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