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통합 망칠 판"…김문수 발목 잡는 '캠프 내부자들'에 당도 골머리

입력 2025-05-09 18:59:57

보수 대통합보다 자기 정치? 지지자 등 돌리게 만든 내부 사정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일화를 압박하는 발언 뒤 퇴장하자 바로 이어서 의총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일화를 압박하는 발언 뒤 퇴장하자 바로 이어서 의총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진영의 단일화 논의가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제21대 대통령선거(6월 3일)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 간 단일화는 정치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보수 후보 단일화라는 절박한 명제 앞에서도 김문수 캠프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단일화 논의를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제안한 '5월 11일까지 단일화 마무리' 일정을 거부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시한을 일주일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당 지도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했으며, 일각에서는 "김 후보 측 내부의 비선 조직이 단일화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문수 후보 본인의 결단보다 캠프 내 일부 인사의 사적인 계산이 단일화 방향을 결정짓는 분위기"라며 "후보를 앞세워 자신들의 당권 재도전을 위한 입지 다지기에 집중하는 인물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명 언급은 피했지만, 김문수 후보가 당 지도부의 단일화 로드맵을 거부하며 법적 대응까지 실시한 배경에는 이 같은 '측근 정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 후보는 지난 6일 공식 일정을 돌연 중단하며 "당의 조직적 지원이 미흡하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 측 일부 인사는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는 명분이 부족하다"거나 "김 후보가 중심이 되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단일화 협상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캠프 내부에서 나오는 이 같은 주장들은 김 후보의 단일화 결단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김문수 캠프 내부의 권력 다툼이다.

단일화가 현실화될 경우, 후보 교체는 물론 캠프 해산과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 된다. 이는 김 후보 측 핵심 참모들에게는 정치적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단일화가 '보수 승리'라는 대의보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정치권의 한 중진 의원은 "캠프 내부에선 김문수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경우 본인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퍼져 있다"며 "일부 인사들은 이를 막기 위해 무리하게 법적 대응을 추진하거나 단일화 논의 자체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당의 승리를 돕기보다 자신의 거취를 우선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후보 측은 공개적으로 단일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김문수 캠프 내부의 이기적 판단이 단일화 논의에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실제 협상이 공전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반적인 평가다.

김문수 후보 역시 당 지도부가 제시한 일정과 방향에 대해 "일방적인 강요"라고 반발하며, 단일화 논의에서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정치적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술"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실질적인 논의 진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단일화 논의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흐트러지면서,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누구의 후보가 되느냐보다, 보수 전체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며 "단일화를 정치적 흥정의 수단으로 삼는 순간, 유권자의 신뢰를 잃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후보 간 합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단일화 협상 테이블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문수 캠프 내부의 복잡한 내부 사정과 이해관계로 인해 논의 자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보수 대통합을 외치는 목소리와 달리, 정작 이를 실현해야 할 캠프 내부는 각자의 정치적 셈법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김문수 후보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결단할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후보는 대통령 후보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아울러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 7명이 제기한 전국위원회 및 전당대회 개최 금지 신청 역시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9일, 김문수 후보가 제출한 대통령 후보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민의힘이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이 부분 신청을 구할 필요성이 없고, 실익도 없다"고 판단했다.

김 후보가 "다른 사람에게 후보자 지위를 부여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낸 신청에 대해서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온 점에 비춰볼 때, 단일화 과정에 대한 이해관계는 인정되나 그 자체로 당무우선권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당대회 및 전국위원회 개최를 금지해달라는 김 후보 지지자들의 신청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단일화 찬성과 후보 등록 이전 시점에 대한 찬성 비율이 80%를 넘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고려할 때, 당의 전대·전국위 추진은 정당의 자율성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대 소집공고에 '추후 공고'라는 표현이 포함됐다는 사정만으로 절차상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아직 대의원명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정 역시 중대한 위법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 간 단일화 논의를 반영해, 전국위원회를 8일 또는 9일, 전당대회를 오는 10일 또는 11일로 공고했다. 이에 김 후보 측은 '후보 교체를 위한 전대 소집'이라며 반발했고, 전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 후보 측은 가처분 심문 과정에서 "전당대회와 전국위원회 소집의 실제 목적은 김 후보의 지위 박탈"이라며 "형식은 단일화지만 실질은 후보 교체 시도"라고 주장했다. 또 당헌·당규에 따라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단일화가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이며, 전대 및 전국위 소집도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