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건설업 생산 20.7% 급감… IMF 이후 최악

입력 2025-05-05 09:37:17

수주도 '마이너스' 전환… 건설경기 장기침체 우려

지난해 7월 대구 중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해 7월 대구 중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매일신문 DB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업 생산이 20% 넘게 감소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락을 기록했다. 건설 수주마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건설경기 불황이 더 오래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기성(불변 기준)은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20.7%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컸던 1998년 3분기(-24.2%)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건설기성은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감소 폭도 작년 2분기 -3.1%, 3분기 -9.1%, 4분기 -9.7% 그리고 올해 1분기 -20.7%로 갈수록 커졌다.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 2분기(-3.5%)부터 2022년 1분기(-1.9%)까지의 감소 흐름 이후 가장 길고 가파른 하락세다.

건설업 침체는 건축과 토목 전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아파트, 사무실 등 주거·비주거 건축 부문은 22.8% 감소하며 1998년 4분기(-30.3%)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도로, 공장, 화학단지 등을 포함한 토목 부문도 14.2% 줄며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수주와 착공 부진 누적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하고,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신규 분양이 축소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엔 과잉투자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량 사고 등 일시적 요인이 겹쳐 감소한 것으로 정부는 분석한다.

건설업 부진은 가계 소득에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기·하수·건설업 종사 가구의 소득은 1.4%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전체 평균 증가율(3.8%)의 절반 수준이다. 이들 가구의 근로소득은 2.4% 감소해 3분기(-3.2%)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건설업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경상 기준)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7.7% 감소하며, 작년 1분기(-10.4%)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사무실·점포 등 건축 부문 수주는 10.4% 늘었지만, 기계 설치를 포함한 토목 부문 수주가 41.4% 급감하면서 전체 수주 실적을 끌어내렸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건설투자는 그간의 수주·착공 위축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부진할 전망"이라며 "다만 하반기 이후에는 선행지표 개선과 금융 여건 완화의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낮은 수준에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