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 외교가' 한덕수, 트럼프 복귀한 세계에서 주목받는 이유

입력 2025-05-03 16:54:15 수정 2025-05-03 16:55:16

하버드 박사·WTO·FTA 실무경험까지… '정책으로 말하는 후보' 부상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을 찾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정대철 헌정회장. 연합뉴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을 찾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정대철 헌정회장.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넘어간 가운데, 세계 통상 지형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다자주의의 후퇴, 그리고 미·중 전략 경쟁의 재점화는 한국 경제와 외교에 중대한 도전 과제를 안기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는 대외 환경 속에서, 경제 전문성과 외교 감각을 겸비한 한덕수 대통령 후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덕수 후보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70년대부터 50년 이상 공직에 몸담아 온 대표적인 경제 관료 출신이다.

그의 학문적 기반은 단순한 이론 수준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정책 현장에서의 실행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박사 논문에서는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어떻게 적응하고 회복할 수 있는지를 분석해, 국제 경제 질서의 불안정성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실질적 대응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그의 공직 경력은 행정고시를 통해 입문한 이후 경제부처의 핵심 보직을 거쳐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역임한 이례적인 이력으로 이어진다.

1990년대 후반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활동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강화했고, 이후 경제부총리로 재직하면서는 외환 위기 이후 경제 안정화 작업을 주도했다.

특히 IMF 사태 이후 복원 중이던 경제 구조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실질 GDP 성장과 금융시장 안정을 동시에 도모했다는 평을 받는다.

외교무대에서도 그의 이력은 단단하다.

2000년대 후반에는 주미대사로 재임하면서 한미 동맹 강화에 실질적 기여를 했고, 당시는 부시 행정부 말기에서 오바마 행정부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워싱턴 정가와의 협조와 신뢰 구축이 중요한 시기였다.

그는 이 시기를 통해 백악관, 국무부, 의회 관계자들과의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다져, 지금도 미국과의 외교적 접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덕수 후보는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실무 전반을 조율하며 협상 구조를 마련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한미 FTA 재검토 가능성이 제기되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협상 경험과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능력은 무엇보다 실질적인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이미 미국 내 주요 통상 브레인들과 긴밀히 협력한 경험이 있으며, 한국 산업계의 우려와 요구를 미국 측에 정확하게 전달하고 조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함께 그는 국제통상 뿐 아니라 국내 경제 기반 강화에도 역할을 해왔다. 한국국제무역협회(KITA) 회장을 지낸 그는 수출다변화, 신흥시장 개척, 그리고 공급망 안정화 전략을 중심으로 무역 정책을 구체화하며,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형 산업구조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핵심 소재와 첨단 기술의 공급 안정성 확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그는 이미 이러한 구조 전환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는 몇 안 되는 후보자다.

최근까지도 그는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 국정 전반을 조율하며 대외경제 전략과 안보 연계를 강화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2024년과 2025년 두 차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활동한 경험은 국정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복잡한 상황 속에서 국가 운영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수 있는 리더십을 입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대통령 직무 정지 등으로 국정 운영의 연속성이 위협받던 시점에 그는 정무, 외교, 안보, 경제를 포괄하는 국가 운영 전반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이처럼 한덕수 후보는 국제 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무 능력과 함께, 국내 통합과 정책 조율 능력을 갖춘 보기 드문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장점은 단지 풍부한 경력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문민정부부터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경제와 외교 분야의 핵심 보직을 맡아 온 사실상 유일한 인물로,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실용성과 현실 감각을 중시하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어 능력 또한 국제사회에서 그를 더욱 두각 있게 만든 요소다. 세계경제포럼, APEC, 다보스포럼 등 다양한 국제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며, 한국의 입장을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재집권과 함께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지금, 미국 정가와 직접 소통이 가능한 외교 경험자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정세의 재편은 더 이상 이론적 위협이 아닌 실질적 현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한미 FTA, 반도체 공급망, 방위비 분담 문제 등 민감한 통상·안보 이슈 전반에 걸쳐 한국 정부의 능동적인 전략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한덕수 후보가 가진 국제 통상 감각, 미국 통상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한 정교한 통찰력은 한국이 당면한 글로벌 파고를 넘는 데 있어 실질적인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