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비판' 中 청년, 열흘 넘게 행방 묘연

입력 2025-04-30 10:21:47

중국 쓰촨성에 정치 체제 개혁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엑스 캡처
중국 쓰촨성에 정치 체제 개혁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엑스 캡처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며 정치 체제 개혁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고가도로에 설치한 20대 중국 청년이 10일째 행방이 묘연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3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대만 자유시보 등을 종합하면 지난 15일 새벽 중국 남부 쓰촨성 청두의 한 고가도로에 중국의 현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 3장이 내걸렸다.

흰색 현수막에는 붉은색으로 '체제 개혁 없이 민족의 부흥은 없다', '무제한 권력을 가진 정당은 인민에게 필요하지 않다', '중국은 방향을 제시할 자가 필요 없으며, 민주주의가 그 방향이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메이스린은 청두의 한 정보기술(IT)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노동 분쟁을 겪었고, 자신의 억울함을 당국에 호소했으나 무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RFA는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현수막을 제작·게시한 사람이 메이스린(梅世林)이라는 1998년생 남성이라고 소개하면서 그가 사건 직후 당국에 의해 구금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가 실제 구금됐는지, 구금됐다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 사건의 파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국가전복 선동' 혐의 대신 '소란 유발'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현재 메이스린 관련 소식은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등에서는 검열된 듯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엑스(X·옛 트위터) 등 해외 소셜미디어에서는 사진과 뉴스 등이 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2022년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펑리파 사건과 유사하다며 '쓰촨의 펑리파'라 부르기도 한다.

펑은 당시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며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202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는 등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즉시 메이스린의 소재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며 중국 당국을 비판했다.

HRW의 중국 연구원인 얄쿤 울루욜은 이날 "펑리파 역시 구금된 이후 현재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메이스린의 행방을 공개하고,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구금한 모든 이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