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 AI 공약 '공염불'…원전 없이 전기공급 어떻게?

입력 2025-04-28 16:48:22 수정 2025-04-28 18:55:12

100조 투입 예산 마련 구체적 설명 없어…표 의식한 선거용 공약 남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AI 메모리반도체 기업간담회에서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AI 메모리반도체 기업간담회에서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대선 주자들이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해 수십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경쟁적으로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전기와 물 공급, 재원 조달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부재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최근 AI 분야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차원의 GPU 5만개 확보, AI 전용 NPU 개발, 광주 AI 시범도시 조성, '모두의 AI' 프로젝트 추진 등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도 AI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한동훈 후보는 AI 산업 육성에 총 20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안철수 후보 역시 AI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삼고, 세계적 AI 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비전을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대규모 투자 공약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력 인프라와 재원 마련 등 현실적 문제를 외면한 '공염불'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 후보 공약의 핵심인 AI데이터센터 조성을 두고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전력 수요 급증이 불가피하며, 기존 인프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각 후보들이 말하는 AI데이터센터에 전기를 대량으로 공급할 방법은 원전 밖에 없다"며 "앞으로 전기에너지 사용은 계속해서 늘어나게 되는데 후보들 가운데 '전기공급을 하면서 탄소중립을 어떻게 할 것이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는 이들이 없다"고 지적했다.

AI 정책에 대한 재정 문제도 심각하다. 후보들은 대부분 국가 주도 투자를 내세우고 있으나, 세부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수십조원에서 최대 200조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이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상태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AI 인프라는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어렵고, 장기적 투자와 유지비용이 필요한 분야"라며 "선거용으로 투자 계획을 남발할 경우 국가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산업을 육성하겠다면 전기와 예산도 해결해야 하지만 주 52시간 근로제도 등에 대한 개선도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