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괴생명체' 정체가…털 빠진 너구리

입력 2025-04-27 16:48:34

지난 2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수변 산책로에서
지난 2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수변 산책로에서 '개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너구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송도국제도시 도심 공원에서 털이 듬성듬성한 동물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이 동물은 '개선충'에 감염된 너구리로 밝혀졌다. 지자체는 너구리에 가까이 접근하면 상해를 입을 수 있어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라'고 권고하고 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3일과 24일 오후 송도의 한 고등학교 인근 수변 산책로에서 온몸에 털이 빠진 동물이 포착됐다. 머리와 꼬리 일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털이 빠졌고, 몸에 얼룩덜룩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 동물의 출몰에 지역 주민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서문홍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는 이 동물을 '개선충(옴진드기)'에 감염된 너구리라고 설명했다. 개선충증은 보통 귀와 겨드랑이, 복부, 다리에서 시작돼 몸 전체의 털이 빠지고, 심한 가려움증, 표피 박리, 만성 피부염 등을 유발한다.

정동혁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사람 등 포유류도 개선충에 감염될 수 있으나 직접적인 접촉이 없다면 확산할 우려는 없다"고 했다.

앞서 송도 도심 공원에서 너구리 출몰이 잦아지자 인천시설공단은 "가까이 접근하면 상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모른 척 지나가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한 바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연수구는 너구리들이 기존 서식지인 농경지나 산림지 등이 개발되자 이를 떠나 도심 공원 등지로 넘어온 것으로 봤다. 연수구 관계자는 "예전에도 개선충에 감염된 너구리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며 "구조가 된다면 인천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