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핫플레이스]일제강점기 건축물이 잘 보존된 목포

입력 2025-04-24 13:30:00

목포 8경의 하나로 목포의 자랑이자 상징과도 같으며 영산으로 알려진 유달산과 목포항
목포 8경의 하나로 목포의 자랑이자 상징과도 같으며 영산으로 알려진 유달산과 목포항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시대상을 본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평온한 때였건 치욕의 엄혹한 시절이었던 간에 말이다. 또 그것이 목포라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건축물이 잘 보존된 이 공간은 근대 목포의 생활상과 항구도시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어 교육적 가치도 크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역사 문화관광의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는 목포의 곳곳을 싸목싸목 둘러보자.

◆목포항과 노적봉

목포가 개항한 것은 1897년 10월 1일이다. 이는 지리적 요인 때문으로 목포는 후쿠오카나 나가사키에서 보면 중국 대륙을 두고 가운데 있었고 곡창지대인 호남의 물산을 집결, 유통하기 위해 일본은 목포 개항에 눈독을 들였다. 개항되자 일본인들의 거류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한편 자치기관이 설치됐다.

일본인들의 거류지는 항구가 바로 앞에 있는 현재의 유달동 일대였으며, 국권침탈 전에는 일본 영사관이 유달동 인근에 있었다. 이 건물은 목포 문화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05년 이후에는 유곽이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일본인들의 거주지가 확장되면서 그 세력이 더욱 커져 1914년 지금의 금화동 지역으로 옮겨갔다. 이곳을 사쿠라마치라고 불렀다. 금화동은 현재 여객선터미널 뒤편에 있는 수산업협동조합 일대로서 유달동과 근접하며 일본인 집단 거주지라 벚나무가 어우러져 있었다.

노적봉은 해발 60m의 바위산에 불과하지만, 임진왜란 때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호국혼이 담겨있다.
노적봉은 해발 60m의 바위산에 불과하지만, 임진왜란 때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호국혼이 담겨있다.

목포 개항 이후 완도를 통해 이어지던 뱃길에 항상 목포가 끼게 되었고 목포-제주 사이를 정기적으로 항해하는 기선이 생겨났다. 1921년 설립된 순항선조합의 선박을 비롯해 인천, 부산, 여수를 오가던 배들은 목포를 중간 기착지로 삼아 항해를 이어나갔다.

1914년에는 호남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대전-목포간 철로가 개설됐다. 그해 4월 1일 목포부를 분할해 도시 지역인 부내면만 목포부로 남기고 부내면을 제외한 목포부의 나머지 면과 지도군 전역, 진도군 도초면·안창면·기좌면, 완도군 팔금면이 무안군으로 개편됐다. 무안군청은 목포부 내에 뒀다.

노적봉(露積峯)은 해발 60m의 바위산에 불과하지만, 임진왜란 때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호국혼이 담겨있다. 정유재란 때 12척의 배로 불가능해 보였던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동안 조선의 군사와 군량미는 턱없이 부족해 바로 왜적이 쳐들어온다면 함락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때 노적봉이 큰 역할을 했다.

유달산 앞바다에 왜적의 배가 진을 치고 조선군의 정세를 살피고 있을 때 이순신 장군은 노적봉을 이용하여 위장 전술을 펼쳤다.

노적봉 바위를 이엉(볏짚)으로 덮어 마치 군량미가 산처럼 많이 보이게 하고 새벽에 바닷물에 백토를 풀어 밥 짓는 쌀뜨물처럼 보이게 해 왜군들이 군사가 많은 줄 알고 스스로 물러나게 했다. 이러한 일이 있는 후로 이 봉우리를 노적봉이라 부르게 됐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은 1900년 12월 완공된 옛 목포 일본영사관 건물로 조성됐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은 1900년 12월 완공된 옛 목포 일본영사관 건물로 조성됐다.

◆목포 근대역사관 1관

목포 근대역사관 1관은 1900년 12월 완공된 옛 목포 일본영사관 건물로 조성됐으며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중심에 위치한다. 목포 최초의 서구식 근대 건축물로, 당시의 내·외관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그 자체로도 높은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건물은 1981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으며 광복 이후에는 목포시청, 시립도서관, 문화원 등으로 활용되다가 현재는 목포 근대역사관 1관으로 운영되며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목포의 근대사를 생생히 전하고 있다.

또한 2019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tvN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탔다. 극 중 고풍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으로 '근대역사관 1관'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역사관 내부는 목포의 개항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사건들과 흐름을 전시와 체험을 할 수 있다.

1층에서는 목포의 유래와 개항의 의미, 개항 이후 변화된 도시의 모습이 전시되었으며, 특히 4·8 만세운동을 주제로 한 체험 코너를 통해 관람객들이 역사적 순간을 직접 느껴볼 기회를 제공한다.

2층은 일본의 경제 침탈과 이에 맞선 항일운동, 1930~40년대 목포의 교육 및 문화 관련 자료들을 전시해 저항의 역사를 조명했다.또한 건물 뒤편에는 일제강점기 항공 폭격 등에 대비해 만든 인공동굴인 방공호가 있다. 방공호를 만드는 작업에는 주로 징병된 한국인들이 동원돼 일제하 아픔의 역사 현장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목포의 근대사와 일본의 침략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적이고 체험적인 역사문화 공간으로 지역 주민은 물론, 목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뜻깊은 시간을 선사하는 장소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1920년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로 세워져 일제 식민지 수탈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1920년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로 세워져 일제 식민지 수탈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목포근대역사관 2관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1920년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로 세워져 일제 식민지 수탈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다.해방 후 조선해안경비대와 해군에서 사용하다 이후 빈 건물로 남아 1999년 철거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대와 노력 덕분에 보존되었고, 같은 해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이후 2006년부터 목포근대역사관 2관으로 개관해 근대 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운영됐으며 2023년에는 낡은 시설을 보수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구성하여 리뉴얼을 마치고 재개관했다. 리뉴얼을 통해 내부 바닥 및 가벽이 보수됐고,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 공조기 등이 신설됐다.

1층에서는 동양척식주식회사 설립과 역할을 중심으로 일제의 횡포와 그에 대한 저항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특히 수탈의 상징적 공간이던 동양척식주식회사를 독립운동가가 돼 폭파하는 동척폭파체험존을 구성해 관람객들의 체험공간으로 구성했다.

또한 해방 후 조선해안경비대와 해군에서 건물을 사용한 기록들이 구성돼 있으며, '조선총독부 제작 저울'과 '토지측량기' 등 일제강점기 유물도 전시돼 있다.

2층에서는 캐릭터와 영상그래픽을 통해 목포와 인근 지역 사람들의 저항을 다룬 전시가 진행된다. 동학 운동부터 부두 노동운동, 1919년 4·8 만세운동, 항일학생운동, 암태도 소작쟁의 및 노동자 파업, 그리고 현대에 이르는 민중항쟁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영상과 이미지로 만날 수 있다.

목포와 그 인근 지역에서 일어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대중에게 전달하며 역사적 교육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목포 스카이워크는 바다를 향해 활처럼 휘어진 곡선형 구조로 마치 하늘을 걷는 듯한 색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목포 스카이워크는 바다를 향해 활처럼 휘어진 곡선형 구조로 마치 하늘을 걷는 듯한 색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스카이워크

목포시가 조성한 '목포 스카이워크'가 남해안을 대표하는 해상 관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탁 트인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한 체험과 아름다운 경관이 어우러지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목포 스카이워크는 유달산 자락과 목포해양케이블카 북항 승강장 인근에 있으며, 바다를 향해 활처럼 휘어진 곡선형 구조가 특징이다. 총 길이 약 155m, 높이 약 15m의 이 산책로는 바다 위로 길게 돌출되어 있어 마치 하늘을 걷는 듯한 색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특히 중간 구간은 강화유리 바닥으로 설계되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목포 앞바다의 풍경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아찔한 경험은 스릴을 즐기는 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카이워크는 바다뿐만 아니라, 목포대교와 고하도, 다도해 섬들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탁월한 전망을 자랑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수평선 너머까지 시야가 확 트여, 사진 촬영을 위한 포토 스팟으로도 제격이다.

해 질 무렵에는 노을이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연출한다. 야간에는 조명시설이 점등되어 산책로 전체가 은은한 빛으로 물들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한다. 이 덕분에 커플 관광객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방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용은 무료이며, 주차장은 인근 목포해양케이블카 북항 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다만 강풍이나 우천 시에는 안전을 위해 임시 폐쇄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광주일보 장봉선 기자 jb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