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남다른 한국 사랑…2027년 방한 약속은 끝내 못 지켜

입력 2025-04-21 18:29:52

교황과 한국과의 인연 각별
2014년 아시아 첫 번째로 방한
유흥식 추기경을 장관 임명하기도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과도 소통 이어와

지난 2014년 8월 14일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을 가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천주교 대구대교구 교구장인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가 인사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2014년 8월 14일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을 가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천주교 대구대교구 교구장인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가 인사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매일신문DB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우리나라를 각별하게 아꼈다.

한국은 그가 즉위 후 세 번째,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나라다. 교황은 2014년 8월, 4박 5일간의 방한에 앞서 윤지충(1759∼1791) 바오로를 비롯한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의 시복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뤄진 시복식은 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세 번째였다. 1925년, 1968년 열린 두 번의 시복식이 모두 로마에서 열렸기에 교황이 직접 한국에 와서 시복식을 진행한 것은 특별한 일로 꼽힌다.

교황의 인선(人選)에서도 한국에 대한 사랑이 드러난 바 있다. 그간 배출된 한국인 추기경 4명 중 염수정, 유흥식 2명의 추기경은 그가 임명했다. 특히 유 추기경은 대전교구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되기도 했다. 교황은 당시 주교였던 그를 장관으로 임명하며 대주교로 승품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교황청의 각 부 장관은 추기경이 맡는다는 점에서 파격 인사였고, 이는 세계 가톨릭교회의 총본산인 교황청 장관에 한국인이 임명된 첫 사례였다.

또한 2023년 가톨릭 성지인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에 한국 최초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성상이 세워졌는데, 아시아 성인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건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유 추기경의 의지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에 대한 애정이 결합한 결실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했다.

그는 2014년 8월 방한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항 영접을 받았고, 청와대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2개월 후 박 전 대통령이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하면서 방한에 대한 답례 형식으로 교황과의 재회가 이뤄지기도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통일된 한국에서 교황님을 다시 뵙기를 바란다"고 밝혔고, 교황은 "동북아 평화와 화해, 그리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같이 기도합시다"라고 화답했다.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과 2021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바티칸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교황청은 문 전 대통령이 처음 방문한 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직접 만남은 없었으나, 2023년 9월 한국과 교황청 수교 6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친서를 보내는 등 간접 소통을 이어갔다.

한편,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대축제인 '세계청년대회'(WYD) 차기(2027년)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해, 교황의 4번째 방한을 약속하기도 했다. 13년 만의 교황 방한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수백만명의 청년이 모여들어 11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여서, 교황이 한국에 준 선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