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통의 사남고택, 화마에 전소…문화유산 회복 '막막'
중평숲과 고택 마을, 삶의 터전까지 삼킨 불길
주왕산국립공원 3천㏊ 소실…생태 회복까지 '수십 년'
관광객 줄 선 달기약수터 상가, 상권 붕괴
지난 16일 오후 경북 청송군 파천면 중평리. 한 달 전 산등성이를 따라 퍼졌던 재와 숯 냄새는 희미해졌지만, 검게 그을린 소나무 껍질과 무너진 사남고택 터는 그날을 참혹함을 기억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불에 탄 가지 부러져 나뒹굴었다.
고택은 국가민속문화재 제261호였지만, 지금은 기둥 하나 남지 않았다. 30년 넘게 고택 옆 초가에 살며 관리해 온 신응석(73) 씨는 초가마저 타버리면서 인근 여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처음엔 실감도 안 났어요. 지금은 고택을 잃은 것보다, 우리 기억을 놓친 것 같아 마음이 더 쓰립니다."
신 씨는 조부모 때부터 내려오던 유물과 우복 정경세 선생의 친필 글씨도 잃었다고 했다. "국학진흥원에 일부 유물을 기증했지만 손때 묻었고, 가족과 이야기가 담긴 것들은 다시는 못 찾겠지요." 고개를 떨궜다.
그는 "문화재청장, 정부 고위관료 등이 다 다녀갔지만 아직 복구나 보상 등 어떠한 획이나 일정을 말해주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마을을 감싸던 국가 산림문화자산 '중평숲' 역시 시커멓게 타버렸다. 주민들은 "이제는 바람이 무섭다"는 말을 자주 한다. 주민 신세보(68) 씨는 "숲이 그림자처럼 우리를 지켜줬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며 "마을 절반이 사라졌다는 말을 이제야 실감한다"고 말했다.
청송의 상징인 주왕산국립공원도 패인 상처를 드러내고 있다. 전체 면적의 30% 이상이 불탔고, 달기폭포와 월외폭포, 탐방지원센터 등 주요 명소는 예전 모습의 사라졌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지형이 험해 인공조림도 어려다. 자연 복원에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 밝혔다.
달기약수터 상가는 그나마 빠르게 정리를 마쳤지만, 주민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식당 31곳 중 21곳이 불탔고, 여전히 영업 재개 여부를 고민 중이다.
윤진동(74) 전 달기약수번영회장은 "이제는 닭백숙을 다시 파는 것보다 사람들이 다시 오지 않을까 더 걱정"이라며 "코로나도, 태풍도 버텼지만 이번엔 마음이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정부와 지자체는 문화재청, 산림청, 환경부 등과 협력해 복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기대는 조심스럽다. "구체적인 예산과 일정이 보여야 희망도 생기죠. 아직은 계획만 들려올 뿐"이라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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