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5개 시·군 삼킨 초대형 산불, 복구를 넘어 '재건'으로

입력 2025-04-20 15:00:24 수정 2025-04-20 20:57:50

산림·산업 기반 잿더미…경북도, 2조 규모 '경제산업 재창조 프로젝트' 가동
여·야 정치권, '산불 피해 복구 특별법' 제정으로 화답···대선 이후 본격화 기대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에서 주민이 불에 탄 주택에서 짐을 옮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에서 주민이 불에 탄 주택에서 짐을 옮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달 22일 오전 11시24분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처음 시작된 괴물 산불이 약 150시간 동안 강풍을 타고 경북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인접 시·군으로 번지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산림청이 지난 18일 공식 발표한 5개 시·군의 산림 피해 면적은 사상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축구장 13만9천여개에 달하는 9만9천289㏊가 잿더미가 됐다. 산림 피해액만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산 피해 또한 막대하다. 경상북도가 잠정 집계한 사유재산·공공시설 피해액은 1조1천306억원이다. 5개 시·군에서 주택 3천618채가 전소됐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을 통한 범정부 차원의 국가 지원이 절실히다.

◆단순 복구 아닌 재건(再建)으로

농·축·수산업과 같은 1차 산업이 기반을 이루는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은 산불로 인해 산업 기반이 완전히 소실됐다. 이번 산불로 피해가 가장 큰 영덕은 어가뿐 아니라 송이버섯 재배 등 임업 분야에서도 피해가 극심했다.

경북도는 산불 피해 회복을 위해 단순한 복구가 아닌, '재건' 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지역의 미래를 재설계할 수 있는 청사진을 세워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 산업의 구조적 변혁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는 지난 7일 '산불 피해 지역 경제산업 재창조 2조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피해 각 시·군을 대상으로 한 특화산업·골목상권·농공단지·관광 육성 등 4대 분야에 총 20개 과제로 구성됐다. 도는 지자체 재정 투자와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산불 피해지역의 산업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북도는 이달 3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힘-정부 산불피해 대책마련 당정협의회에서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특별법 제정과 예산 지원에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이달 3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힘-정부 산불피해 대책마련 당정협의회에서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특별법 제정과 예산 지원에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경북도 제공.

◆기존 제도 뛰어넘는 '특별법' 시급

기후변화에 따라 앞으로 대형 산불은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경북 북동부권 대형 산불을 계기로, 대형 산불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예방체계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이 같은 이유로 경북도는 '특별법' 제정에 나서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대형 산불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나서달라는 것.

이와 별개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초대형산불 피해보상·지원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다. 특별법에는 ▷산불 피해주민 및 피해지역 지원 ▷지방소멸 방지를 위한 피해복구 및 재건 ▷초대형산불 등 재난 대응 역량 강화 ▷신속한 회복을 위한 재정 지원 및 규제 완화 등이 담겼다. 민주당은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초대형 산불 피해지원 및 보상위원회' 설치와 함께, 해당위원회가 피해자 보상 여부와 금액을 30일 이내에 신속히 결정하도록 하는 등 피해 지역의 빠른 회복과 복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도 조만간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으로, 장미대선 이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특별법 제정이 조속히 이뤄진다면 앞으로 피해 보상과 지원 등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한정적인 지방 재정이나 각종 규제 등으로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 부처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산불 특별법 제정 및 지원 등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 산불로 전소된 사찰 건축물의 잔해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장성현 기자
16일 오전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 산불로 전소된 사찰 건축물의 잔해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장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