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집 잃었지만…전국 배드민턴대회 단체전 3위 차지한 청송여고 학생

"운동복도, 운동화도 없이 시작했어요"…산불 피해 학생의 감동 투혼
집 등이 산불로 전소돼…하지만 희망 안 잃고 3위 달성

'제63회 대한배드민턴협회기 전국종별배드민턴대회'에 출전한 청송여자고등학교 배드민턴부 학생들이 단체전 3위를 차지한 뒤 해맑게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청송여고 배드민턴부 제공

"운동복도, 운동화도 없었어요.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최근 청송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집을 잃은 청송여자고등학교 3학년 강모 선수가 배드민턴 라켓을 다시 들었다. 마음속 깊은 불안과 아픔을 안은 채, 강 선수는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충남 서산시에서 열린 '제63회 대한배드민턴협회기 전국종별배드민턴대회'에 출전했다. 결과는 단체전 3위. 강 선수와 청송여고 배드민턴부가 함께 일군 값진 성과였다.

강 선수의 집은 산불로 인해 전소됐다. 훈련에 필요한 용품은 물론, 교복과 일상복, 교재까지 모두 잿더미가 됐다.

"그날 이후,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데 준비된 게 하나도 없었죠."

강 선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그는 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족과 동료, 학교의 도움으로 다시 라켓을 쥐었고, 함께한 팀원들과 훈련을 이어갔다. 강한 의지와 눈물겨운 노력은 결국 결과로 이어졌다. 청송여고 배드민턴부는 예선 조별리그에서 전승을 기록했고, 8강에서는 치악고를 3대 0으로 꺾으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전주성심여고와의 준결승전에서는 1대 3으로 아쉽게 패했지만, 강 선수는 그 누구보다 값진 경기를 치렀다.

강 선수는 "다른 피해 친구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고 싶었다. 저처럼 힘들어도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저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후배들도 있다. 함께 이겨내자고 꼭 전하고 싶었다"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박현배 청송여자중·고등학교 교장은 "강모 학생은 정말 강한 아이다. 큰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그 마음이 더 자랑스럽다"며 "학교와 지역이 함께 나서서 아이들의 회복을 돕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