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수업 불참 시 유급 강행…"명분 없는 수업 거부"

입력 2025-04-17 15:23:24 수정 2025-04-17 21:49:06

의대생도 대학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
교육부 "학사 유연화 없다" 공언…복귀 촉구

대구 시내의 한 의대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시내의 한 의대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번 발표를 두고 의대생들이 수업에 복귀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대학은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줬기에 돌아올 근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의대생들은 유급 상황을 투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7일 브리핑에서 "올해는 대학이 학칙에 따라 학사를 운영할 것"이라며 의대생을 위한 학사 유연화 조치는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 부총리는 "더 이상 의대생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며 "타 단과대와의 형평성, 대학의 교육 여건을 고려, 대학은 학칙을 원칙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대학 입장에서는 의대생들의 원하는 바를 수용한 부분이 있으니 이제는 수업에 복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양오봉 의총협 공동회장은 "의대생들이 해 온 요구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인 의대 모집인원 환원, 24·25학번 분리교육을 이 부총리가 약속했다"며 "이 또한 의대 학장들의 일치된 요구이기도 했다. 따라서 의대생 복귀에 대한 걸림돌은 모두 제거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분리교육 부분에 대해 각 의대는 지난해 집단 휴학한 24학번이 올해 1학년 '더블링(doubling)' 대책으로 요구한 24·25학번 분리 수업안을 수용한 상황이다. 교수 충원은 물론 강의실, 실험실습실 시설 확충 등도 상당 부분 마쳤는데, 내년에 3개 학번이 겹치면 이런 대책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는 게 대학 측 판단이다.

한 의대 관계자는 "현 교육 여건은 당초 증원 규모에 맞춰 놓은 것으로, 24·25학번 분리 수업까지는 어떻게든 가능하다"며 "하지만 3개 학번이 겹치면 이들 학년 수업은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원하는 바를 확실히 얻지 않으면 투쟁의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유급 상황을 무기로 필수의료정책패키지 폐지를 공식적으로 얻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경북대, 인제대, 이화여대 의대 학생들이 연 합동 간담회에서 "교육부는 모집인원 3천58명에 더해 의대 5.5년제를 제안하고 있지만 이는 교육과정 변동을 통해 새로운 평가 기준을 내세워 대학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휴학 등 수업거부를 계속하는 이유로 이들은 "의료인력 수급을 담당하는 전문 집단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전국 의대생이 모두 한 자리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라고 말하면서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철폐, 의학교육 파행 수습, 재발방지 거버넌스 수립 등 3개 지향점 달성을 위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3천58명 결정에도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유급된다면 결국 의대교육은 트리플링 상황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 복귀가 더 늦어진다면 24·25학번 분리교육은 어렵고 동시 졸업 시 수련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더욱이 24·25·26학번이 겹친다면 24·25학번은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