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학교 졸업 후 공장 일 시작
삼십 대 후반 결혼했으나…5년 만에 배우자와 이혼
이혼 후 신변 비관…혼자 살며 배우자 빚 갚아
6년 전 샘낭암 말기 판정, 최근 재발…통증으로 고통
권용진(61·가명) 씨는 매일 자신을 괴롭히는 끔찍한 고통이 잦아들기를 빈다. 암 말기 환자들이 맞는다는 마약성 진통제를 맞아도, 갈라진 목소리로 간절하게 기도해봐도 통증은 쉽게 멎지 않았다. 평생을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을 뿐인데, 곁에 있던 이들은 모두 용진 씨를 떠났고 암 말기 판정을 받은 몸뚱이만 남았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중증 노인 환자가 가득한 요양병원에서 용진 씨는 여전히 혼자인 기분을 느낀다. 그는 몸 상태가 호전돼 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삼십 대 후반 가정 꾸렸지만…5년 만에 이혼 후 배우자 빚 떠안아
용진 씨는 경북 영천에서 다섯 형제자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소를 사 와서 파는 일을 하셨고, 어머니는 농사일을 도우러 다니셨다. 용진 씨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참 꼼꼼한 분이셨다. 하지만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했던가, 아버지는 용진 씨의 학창 시절 눈 뜨고도 코를 베어 간다는 서울 사람에게 소 두 마리 값을 사기당했다. 이후 가세가 크게 기울었고, 그 탓에 용진 씨는 학급 친구 모두가 고대하던 수학여행에도 끼지 못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자연스럽게 용진 씨 목표는 학업이 아닌 취업이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을 떠나 대구로 온 용진 씨는 자취 생활을 하며 염색공단에서 일을 시작했다. 용진 씨는 텐타 공장에서 섬유 원단 다림질을 하며 돈을 모았고, 30대 후반 지인 소개로 만난 여성과 함께 살다 가정을 꾸렸다.
용진 씨는 배우자에게 정성을 다했다. 월급날 받아 든 월급봉투를 고스란히 집으로 가져가 배우자에게 건네면서. 하지만 배우자는 결혼한 지 5년 쯤 지나자 이혼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지 못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어느 날, 용진 씨는 배우자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추운 겨울날 오토바이를 타고 배우자를 찾아 온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알고 보니 아내는 친정에 가 있었다. 배우자는 임신을 할 수 없는 몸이었고, 결혼 생활을 불행해 했다. 용진 씨는 결혼 5년 만에 그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용진 씨는 자신 명의로 배우자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대출 받은 오백만 원 가량의 빚을 떠안았다. 그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의였다. 그렇게 이혼한 뒤로 용진 씨는 쭉 혼자 살았다. 슬픈 마음에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이십 년 넘게 하던 텐타 일을 그만두고 일용직을 근근이 하며 빚을 갚고 밥을 먹고 살았다.
◆샘낭암 진단과 재발로 입원…통증 심해 생활 어려우나 집에 돌아가고 싶어
그렇게 15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2018년, 용진 씨는 코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용진 씨에게 눈물샘에 해당하는 샘낭암 말기 판정을 내렸다. 너무 늦게 발견한 데다 발병 부위가 얼굴이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수술할 수 없다고 했다. 용진 씨는 그해 방사선 치료만 33번을 받았지만, 종양 크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용진 씨는 매달 병원을 방문해 암을 추적 관찰했다. 그는 투병하며 치아 절반이 빠졌고, 머리나 안구 등 통증으로 괴로울 때마다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했다. 암 판정을 받은 이후 일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용진 씨는 낡고 곰팡이 핀 주택의 쪽방에서 생활했다. 그러면서도 용진 씨는 낙상 사고를 당한 노모를 간병했고, 아버지를 지병으로 떠나보내기도 했다. 무심한 형제들과는 연락이 거의 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적처럼 5년을 버텨내는 듯싶었다. 용진 씨는 지난 2024년 10월, 갑자기 시작된 코피가 멎지 않아 대학병원을 방문했다. 코피를 멈추는 수술을 했더니 오른쪽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용진 씨는 눈꺼풀이 내려와 안구를 덮게 됐는데도 병원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 달 정기 검진 때 CT를 찍어보자는 말을 듣고 기다렸는데, 끝내 용진 씨가 받은 진단은 종양이 커졌고 치료 방법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머리가 가렵고 터질 것 같았다. 샘낭암이 재발하고 신경계 마비로 시력에 이상까지 생기자 혼자 밥을 먹거나 약을 먹기에도 힘이 들었다. 외출도 어려워 달에 한 번 병원을 가는 것을 제외하면 온종일 집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용진 씨는 지난 2월 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 복지관 연계로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통증이 부쩍 심해져 당분간은 혼자 생활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는다고 암이 낫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생전 처음 보는 이들과 병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용진 씨는 그저 자신을 괴롭히는 통증만 조금 덜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암 진단을 내린 대학병원에서는 죽는 날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6년 전, 처음 암 말기 판정을 받았을 때도 목숨이 위험하다고 했으나 긴 시간을 버텨냈던 것처럼.
용진 씨는 몸 상태가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진 씨 목표는 봄이 흐드러진 날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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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다문화 가정 소년 가장 정현우 군에 2,103만원 성금
부모님 이혼 이후 한국어가 서툰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정현우 군(매일신문 4월 1일 11면 보도)에게 2천103만4천4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조성택 50만원 ▷전우식 5만원 ▷하혜련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이재숙 2만원 ▷조현주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남장호 1만원 ▷배상영 1만원 ▷전선수 1만원 ▷양태자 5천원 ▷김건율 2천원 ▷이장윤 2천원 ▷'현우군 손경호' 5만원 ▷'흥국' 5만원 ▷'모두잘살자건강행복' 200원 ▷'돕기' 6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두 아이와 생활고 시달리는 류재희 씨에 2,167만원 성금
결혼 생활 내내 시달렸던 생활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픈 허리를 붙잡고 두 아이를 기르는 류재희 씨(매일신문 4월 8일 11면 보도)에게 40개 단체, 136명의 독자가 2천167만7천405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양홍석)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KB하드웨어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신세계로약국(박태환) 10만원 ▷신영메딕스(신원상)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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