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영어 발음 분석·디지털 모둠 활동…AI 교과서 도입 현장 가보니

입력 2025-04-13 15:30:25 수정 2025-04-13 21:44:11

지난 10일 대구 용계초·덕화중 AI 교과서 참관 수업 진행
교사들 수업 재구성·맞춤형 학습 등 AI 교과서 이점 꼽아
까다로운 가입 절차·인터넷 연결 오류 등 문제점 지적도

10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초등학교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공개수업에서 초등생들이 AI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김영경 기자
10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초등학교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공개수업에서 초등생들이 AI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김영경 기자

"아 유 타이어드(Are you tired)?"

지난 10일 찾은 대구 달성군 용계초 4학년 영어 수업에서 학생들은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영어 회화 연습에 한창이었다.

학생들이 '감정 표현'과 관련된 문장들을 원어민 발음에 따라 녹음하고 '결과 보기'를 누르자 억양과 발음을 분석한 피드백이 화면에 나타났다. 한 학생은 발음 평가에서 낮은 점수가 나오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녹음을 시도했다.

AI 교과서로 표현을 학습한 후에는 친구들과 직접 대화하며 실전 경험을 익히기도 했다. 이때는 서책형 교과서가 활용됐다. 학생들은 교과서의 감정 카드를 활용해 상대의 감정을 묻고 맞추는 빙고 게임을 진행했다.

임성호 용계초 4학년 학생은 "AI 교과서는 틀린 문제의 답을 바로 알려주고 비슷한 문제를 내줘서 (그 문제를) 다시 틀리지 않도록 기초를 탄탄히 쌓을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10일 대구 수성구 덕화중학교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공개수업에서 중학생들이 AI 교과서를 활용해 공부하고 있다. 김영경 기자
10일 대구 수성구 덕화중학교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공개수업에서 중학생들이 AI 교과서를 활용해 공부하고 있다. 김영경 기자
10일 대구 수성구 덕화중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공개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사용 화면에 나타난 모둠별 학습 활동 모습. 김영경 기자
10일 대구 수성구 덕화중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공개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사용 화면에 나타난 모둠별 학습 활동 모습. 김영경 기자

중학교에서는 AI 교과서 기능들이 좀 더 심도있는 학습을 위해 활용됐다. 수성구 덕화중 1학년 수학 수업에서는 교사가 맥도날드 빅맥 가격을 통해 각국의 물가 수준을 비교하는 '빅맥 지수'를 설명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AI 교과서에 삽입된 영상들을 통해 기초 개념에 대해 학습한 후 빅맥 지수와 관련된 문제 풀이를 모둠별로 진행했다. 학생들이 태블릿 공유화면을 통해 각기 다른 색깔 펜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면 교사는 교사용 화면으로 모둠별 학습 활동 과정을 지켜봤다. 추가 설명이 필요한 모둠에는 직접 다가가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권세은 덕화중 1학년 학생은 "서책형 교과서 때와 달리 친구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서 모둠 활동하기에 편리하다"며 "AI 교과서가 맞춤형 문제를 많이 제공해주는 것도 좋다"고 했다.

교사들은 AI 교과서의 가장 큰 장점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들의 학습 활동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임선하 덕화중 교사(수학)는 "기존에는 모둠 활동 중 특정 학생이 무임승차하더라도 교사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AI 교과서에는 학생들의 참여 과정이 보여 누가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10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초등학교에서 열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10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초등학교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공개수업 참관 후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김영경 기자

하지만 AI 교과서 도입 초반 가입 절차가 까다롭고 간혹 수업 도중 소프트웨어 구동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국현 용계초 교사(정보)는 "AI 교과서를 활용하기 위해선 학생 또는 학부모가 '교육디지털원패스'에 가입하고 교과서별로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해야한다"며 "이 과정에서 담임 교사들의 업무량이 늘어나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희정 용계초 교사(영어)도 "AI 교과서를 접속할 때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종종 잊어버릴 때가 있다"며 "개인정보다 보니 교사 임의로 취합해 가지고 있을 수 없어 수업에 차질이 생길 때가 있다"고 했다.

또 인터넷 동시 접속량이 많다 보니 연결이 원활하지 않거나 느려지는 등 인프라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날 참관 수업에서도 한 학생이 인터넷 연결 오류로 태블릿PC 화면을 몇 번이나 새로고침해야 했다.

AI 교과서 활용 현장을 방문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이 AI 교과서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이 정책이 현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며 "처음 가는 길에는 늘 도전이 있다. 현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