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서명수] 우후죽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입력 2025-04-08 20:02:16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우후죽순(雨後竹筍).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자마자 '나도, 나도' 하면서 튀어나온 10여 명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출마 움직임은 마치 윤 전 대통령 파면을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준다. 헌정사상 두 번째인 현직 보수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는 그들에게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수 있는 입신양명의 호기가 된 셈이다. 탄핵에 이르게 된 작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과 반성의 기색이 국민의힘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대권 가도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던 사법 리스크 정면 돌파를 시전했다. 7일 열린 대장동 일당의 배임 사건 재판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해소 전략이 먹혀들어가는 법원 분위기를 잘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에 또 출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 재판 핵심 증인으로 채택돼 소환됐으나 지난달 21일, 24일, 28일, 31일에 이어 다섯 차례 연속 불응했다. 재판부는 300만원과 500만원 등 총 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賦課)했으나 이 대표가 이의 신청을 하면서 나오지 않자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증인 소환 포기를 선언했다. 형사소송법상 증인이 소환에 계속 불응하면 강제구인이나 7일 이내 감치(監置) 등을 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활용할 경우, 국회 동의 없이 강제구인과 감치 등 제재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환 불응 증인에 대해 강제구인장을 발부하는 등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원이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 후 유력 대선 후보인 이 대표를 두려워하는 '이재명 포비아'에 휩싸인 것이 아닌가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법원 스스로 먼저 알아서 누운 격이다.

이 대표의 증인 소환 불응을 통한 재판 거부는 향후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재판 거부 '데자뷔 현상'의 예고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직선거법 상고심과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후원금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6건의 재판에 이 대표는 출석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판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구인 등을 하지만 용감하게(?) 재판을 거부하는 대통령을 강제구인하거나 궐석재판을 진행해 감히 실형을 선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판사가 있을까? 사법부마저 무시하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온전하게 지켜질 수 있을지 두렵다. 대법원이 지난달 31일 공직선거법 상고심 소송기록접수통지서 등을 송달했으나 이 대표는 예상대로 일주일째 수령하지 않았다. 이에 대법원은 서울남부지법과 인천지법 집행관에게 소송서류를 직접 송달할 것을 의뢰했다.

12·3 비상계엄 후 탄핵 기각이라는 요행수만 기대하다가 허탕을 친 국민의힘은 이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돌파 전략을 직접 목도(目睹)하고도 경각심은커녕, 우후죽순 경선에 나서는 지리멸렬한 모습에서 보수 진영의 기대와는 딴판이다. 10여 명이 참여할 경선은 대선 흥행이 아니라 오합지졸(烏合之卒)의 자중지란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이재명 카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보수 진영 단일 후보를 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분열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