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비상] 고환율에 기후 이슈, 최근 산불까지… 물가 상승 압력 여전

입력 2025-04-07 17:02:55 수정 2025-04-07 18:50:14

고환율 장기화, 원가 부담 여전… "추가 인상 사례 있을 수도"
본격화하는 기후플레이션… 경북 산불도 일부 농산물 가격에 영향

경북 지역에서 최근 일어난 산불로 사과 공급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사과 외에도 봄배추, 마늘, 건고추 등의 품목 수급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은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경북 지역에서 최근 일어난 산불로 사과 공급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사과 외에도 봄배추, 마늘, 건고추 등의 품목 수급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은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먹거리 물가가 시일 내로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향후 식품·외식 기업의 가격 인상 사례가 추가될 것이란 전망도 잇따랐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 때문에 경기가 굉장히 안 좋아 매출은 지난해만 못 하고 원가 부담은 크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는 기업들이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일부 배달용 메뉴 가격을 올린 것 말고는 가격을 올리지 않고 이익을 줄였으나 한계에 도달해 가격 인상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한, 최근 미국의 관세 전쟁으로 자유무역 질서에 균열이 발생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가속화하고, 이것이 국내 먹거리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물가 안정은 아예 기대 안 하는 분위기"라며 "다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안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11월 1천400원을 돌파한 이후 5개월이 넘도록 1천400원을 훨씬 상회하는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원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를 대부분 3∼6개월 전에 구매하는데 1천300원대에 수입하다 이제 1천400원대에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환율 급등 여파로 한 대형마트에서 올해 연간 물량으로 계약한 노르웨이산 냉동 고등어 단가가 지난해보다 약 10% 비싸졌다. 미국·호주산 소고기도 환율에 비례해 꾸준히 판매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도 물가 변동성을 더욱 확대할 요인으로 꼽힌다. 폭염, 집중호우, 극한 기상현상 등 기후변화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식료품 물가가 상승하는 '기후플레이션'(기후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은 실제로 현실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배추는 1년 전보다 49.7% 오르고 무는 86.4% 상승했는데, 이는 기후변화로 작황이 부진해 식탁 물가가 오른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가뭄으로 브라질·베트남의 커피 원두와 서아프리카의 코코아(초콜릿 원료) 생산이 급감하자 국내에서도 커피와 초콜릿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최근 경북을 휩쓴 산불로 전국 사과 재배면적의 9%가 직간접적 피해를 봤으며 마늘, 고추 등도 피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일부 농산물 가격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통계청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