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한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학교의 시작은 3월이다. 매 학년도가 시작되는 3월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설렘과 걱정이 앞서지만 그런 우려를 최대한 줄이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학교와 교사의 준비는 이미 2월부터 시작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시작이 반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한다'라는 말처럼 슬기로운 학교생활을 위한 첫 단추인 3월을 잘 보내는 것이 알찬 일 년을 보내기 위한 중요한 시간이다.
◆교사·학생 모두 첫 인상이 중요
3월 4일, 내가 맡은 학급의 학생들을 처음 만나는 날이다. 대체적으로 3월 2일에 만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3월 3일이 대체공휴일이어서 3월 4일에 만났다.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올해 맡은 학반 교실의 문을 열고 학생들을 기다린다. 교실 패찰에 붙여진 '가, 나, 다' 팻말을 보며 학생들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인사를 하며 칠판을 바라보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는다. 보통 고학년이 되면 자리 배치도를 보고 자기 자리를 어려움 없이 찾지만 저학년의 경우에는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교사는 칠판을 기준으로 자기의 자리를 찾는 방법을 설명해주면 쉽게 찾아 앉는다. 그러다 이제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교실에 오게 되면 아는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느라 어느새 익숙함이 느껴지는 학급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는 같은 학년의 학생 수가 적을수록 빨리 만들어지는데 이미 아는 친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실에 들어서며 인사하는 자세, 자신의 자리를 찾아 책가방과 실내화 가방등 개인 물건을 정리하는 것, 친구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대략적인 학교생활 태도를 가늠해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첫날에 보인 모습이 전부이거나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날에 느껴지는 학생에 대한 인상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말은 교사에게 잘 보여야 하고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잘난 척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교사든 학생이든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되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아이가 어른을 만났을 때 바르게 인사하는지, 예의를 갖춰 말하는지가 바로 첫 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며 이는 평소 꾸준하게 가정에서 지도를 했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행복한 학급 경영의 핵심 키워드
학급의 학생들이 모두 온 것이 확인이 되면 가장 먼저 학급명과 각자의 번호를 확인하게 한 후 교사의 소개가 시작된다. 이름과 교사만의 학급 경영 방식이나 나름의 교육철학 등을 들려준다. 나의 학급 경영에 있어 공통된 학급 규칙은 3가지이다.
첫째, 경청-잘 듣기이다. 바른 자세로 앉아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고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면서 자신이 동의하거나 아는 내용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하면서 듣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바른 자세와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듣는 외형적인 경청의 조건은 쉽게 되지만 내용에 집중하며 반응하며 듣는 것은 잘 되지 않는다. 저학년의 교실에서 가장 흔한 모습은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설명한 내용을 그대로 질문하는 경우다. 학년말이 되었음에도 경청이 잘 되지 않는 친구들이 있는걸 보면 말하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 듣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둘째, 협력-서로 돕기이다. 학습활동이 주어졌을 때 개별이 아닌 짝이나 모둠 활동이 제시될 때 협력적 태도는 발휘된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다하는지가 알 수 있다. 참여를 하지 않는 학생을 참여시키는 것도 어렵지만 너무 열심히 하는 마음이 앞서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하고 갈등 상황을 만드는 학생을 지도하는 것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협력이란 상대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셋째, 배려-양보하기이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배려는 직접적인 양보를 의미하며 저학년에서는 양보하기조차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고학년이 되면 수업을 방해하는 태도가 곧 다른 친구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이것이 곧 간접적인 배려라는 것까지 지도한다.
◆행복한 학급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
학기 초가 되면 학생기초조사서를 배부하고 이를 토대로 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파악을 한다. 평가가 아니라 학생의 출발점을 알고 이를 토대로 지도에 있어 어떤 점을 신경써야하는지를 알기 위함이다. 가정에서 자녀에 대한 장점을 적는 것도 필요하지만 세심한 지도와 배려를 위해서 주의할 점이나 개선할 점을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당부하고 싶다.
교사는 맡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 것, 학생은 공부와 학교생활을 잘하고 싶은 것, 학부모는 교사가 내 자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아이가 학교생활을 큰 문제없이 하는 것이 기본 마음일 것이다. 이 마음들이 잘 모아져 결국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하도록 만들려면 상호간 이해와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잊지 말고 한 학기를 잘 보내기를 응원한다.
교실전달자(초등교사, 짱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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