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만에 대구서 또 헬기 참사…"산불 진화 시스템 개선해야"

입력 2025-04-06 18:27:43 수정 2025-04-06 21:29:24

또 추락, 반복되는 참사에 항공 진화 체계 개선 시급
단독 조종, 고령 조종사, 노후 기체, 임차 계약 등 반복

산불 진화에 투입된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6일 또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 41분쯤 대구 북구 서변동에서 산불진화 작업에 나선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지난달 26일 의성 산불 현장에서 임차 헬기가 추락한 지 10여일 만이다. 산불이 발생한 야산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사고 헬기 잔해를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산불 진화에 투입된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6일 또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 41분쯤 대구 북구 서변동에서 산불진화 작업에 나선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지난달 26일 의성 산불 현장에서 임차 헬기가 추락한 지 10여일 만이다. 산불이 발생한 야산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사고 헬기 잔해를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대구에서 산불 진화에 투입된 임차 헬기가 6일 추락해 조종사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사고 이후 불과 11일 만에 소방헬기 참사가 반복됐다.

연이어 숨진 두 조종사는 모두 수십년 된 노후 기체를 운용하다 사고를 당했다. 70대 고령으로 임차 헬기에 단독 탑승했다는 점도 같다. 전문가들은 노후 기체와 고령 조종사 등 산불 진화 시스템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6일 오후 대구 북구 서변동 산불 진화 헬기 추락 현장에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소방관들이 투입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6일 오후 대구 북구 서변동 산불 진화 헬기 추락 현장에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소방관들이 투입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또 산불 진화 헬기 추락…이번엔 대구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6일 오후 3시 41분쯤 대구 북구 서변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현장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기체는 대구 동구청이 임차한 벨(BELL) 206L 기종으로, 제작된 지 44년 된 노후 헬기였다.

탑승자는 74세 조종사 A씨 1명으로,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다. 사고 헬기는 불이 난 직후인 오후 3시 32분쯤 출동해 약 10분 뒤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청에 따르면 A씨는 항공 경력 39년의 베테랑으로 확인됐다. 2017년부터는 9년 동안 대구 동구 지역의 산불 진화·예방 순찰을 전담하면서, 대구의 산악 지형에 익숙한 조종사로 평가받는다. 현재 소속인 민간 항공사에 약 10년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3월 26일에도 경북 의성군 신평면 산불 진화 현장에서 임차 헬기가 추락했다. 이 사고 역시 강원도에서 임차된 헬기가 단독으로 투입됐다가 사고를 당했으며, 탑승 조종사(70대)가 현장에서 숨졌다. 두 사고 모두 단독 조종, 고령 조종사, 노후 기체, 임차 계약이라는 공통된 조건을 갖고 있다.

한편 이날 산불은 1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8분쯤 완전히 꺼졌다. 산림 당국은 현재 뒷불 감시와 추가 화재 확산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노후 기체, 고령 조종사 등 제도 개선 필요

임차 헬기 추락 사고가 잇따르자 현장에선 재난 대응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산불 진화 작전에 투입되는 헬기는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소방청 보유 기체 외에도 민간 업체로부터 단기 계약으로 임차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정비 기준이나 운항 기록 관리도 업체 자율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임차 헬기 상당수가 노후 기체라는 점이다. 산림청은 현재 운용 중인 산불 진화 헬기의 30% 이상이 30년 이상 된 기체로 보고 있다.

임차 조종사의 고령화와 열악한 근무 여건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의성과 이날 대구의 사고 조종사는 모두 70대로, 단독 비행 중 사고를 당했다.

실제 산불 진화 작업은 저고도에서 정밀하게 물을 투하하고, 연기 속에서 방향을 잡는 고난도 작업인 데다 기체는 극심한 엔진 부하와 기체 진동을 견뎌야 해 조종사도 높은 집중력과 체력을 요구받는다.

노후한 임차 헬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와 지자체가 자체 보유한 헬기 수는 부족하고, 이를 임차 방식으로 메우다 보니 안전보다 비용·실적 중심의 단기 계약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항공 안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불 진화 시스템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원인을 조종사 실수나 기체 결함이 아닌 제도와 장비 전반의 구조적 결함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태헌 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임차 헬기는 지자체 예산 규모가 적어 연한이 오래된 헬기도 조달청을 통해 최저가 입찰하는 상황"이라며 "산림청과 소방청 보유 헬기는 국토부 주도로 1년에 한번 감항 검사를 하지만, 임차 헬기는 별도 안전 관리 업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전문 인력을 육성해 임차 헬기 안전 관리와 정비 담당 업무를 늘려야 한다. 임차 헬기 조종사의 경우 고령자 비중이 높은 만큼 휴식 시간을 늘리거나 2인 1조 활동 등 근무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