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 "산불 특별법 절실, 관행 뛰어넘는 선행적 대책 촉구"

입력 2025-04-01 17:20:30 수정 2025-04-01 20:20:08

이재민 구재 재차 호소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오후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오후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산불 피해 후속조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역대급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에 기존 관행을 뛰어넘는 대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도 산불이 완진된 이후 공식석상과 자신의 SNS 등을 통해 도 차원을 넘어선 중앙정부의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해 1일 오전 9시 기준 이재민 3천109명이 발생했다. 도는 이들 중 1천254명을 시·군 내 호텔·리조트나 연수시설로 이송했다. 아직 체육관이나 경로당 등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에 대해서도 지역 내 숙박시설로 옮길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은 이재민 대부분이 고령자인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된다.

도는 2023년 북부권 산사태 당시에도 이재민들을 대학 기숙사에 입주 시키는 '파격 조치'를 선보인 바 있다. 이 도지사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됐다. 이재민 수용 방안도 이에 걸맞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재민 지원을 위해 필요한 부분들은 도비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호텔·리조트 외에 모듈러 주택 등 임시주거 시설에 머무는 이주민들을 위해선 특히, 정부 차원의 대대적 지원이 필요하다. 도는 이재민을 위한 모듈러 주택 1천500채 등을 마련할 계획인데, 1채당 필요한 임대비만 연간 2천400만원 수준이다. 도는 이재민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전까지 1년 정도 이를 임대할 계획으로 필요한 재원만 연간 360억원 수준이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인근 4개 시군으로 확산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 산불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주불 진화 다음날인 29일 안평면 괴산리 산불 최초 발화 추정 지점(원형 사진 속 묘지) 상공에서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영덕 방면으로 바라본 모습. 묘지 위쪽 등고선을 따라 검게 그을린 방향이 피해가 컸던 동쪽을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인근 4개 시군으로 확산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 산불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주불 진화 다음날인 29일 안평면 괴산리 산불 최초 발화 추정 지점(원형 사진 속 묘지) 상공에서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영덕 방면으로 바라본 모습. 묘지 위쪽 등고선을 따라 검게 그을린 방향이 피해가 컸던 동쪽을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와 관련해선, 이 도지사는 "이번에 경북도가 도입하는 모듈러 주택을 홍수와 산불이 많이 나는 지역에 나눠서 보관하다 재난 발생시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이를 특별히 건의 했다"고 했다.

발생 빈도가 더욱 잦아지는 대형산불 피해 예방을 위한 시스템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요구된다. 담수량 8천ℓ이상 초대형 진화헬기 도입, 군 수송기의 야간진화 작전 투입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도는 산불 피해 복구 방안을 수립하면서 제정을 추진하는 특별법에 이 같은 부분들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도지사는 "이번 산불을 계기로 재난 대응, 산불 진화, 이재민 수용, 재건·복구 등 전 분야를 새롭게 손 봐야 한다"면서 "특별법과 특례가 없으면 또 그냥 지나갈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지원과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30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에서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지난 7년 간 키워 온 조경수가 이번 의성 산불로 모두 불에 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이번 산불이 단순한 피해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과 지역소멸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진 기자
30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에서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지난 7년 간 키워 온 조경수가 이번 의성 산불로 모두 불에 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이번 산불이 단순한 피해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과 지역소멸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