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사과 생산지 '안동'…산불로 쑥대밭

입력 2025-04-01 14:48:51 수정 2025-04-01 15:15:53

꽃눈 녹고 폐원까지 고려
농기계에 저장창고 다 불에 타
일부 농가는 사과나무 베어내고 다른 작물 심기도…먹고 사는 문제라 답답

1일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한 과수원. 관수시설이 모두 불에 타 급하게 농가에서 새 시설을 마련하는 모습. 전종훈 기자
1일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한 과수원. 관수시설이 모두 불에 타 급하게 농가에서 새 시설을 마련하는 모습. 전종훈 기자

안동시가 최근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인해 과수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전국 최대 사과 생산지인 길안면과 임하면 지역은 산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사과 과수원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1일,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지역은 양쪽에 산을 끼고 7km 길이의 계곡에 형성된 마을로, 주민 150여 명이 대부분 과수원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산불로 대부분의 사과 과수원들이 불에 노출되면서, 사과 나무들이 누렇게 변하고 꽃눈이 모두 죽은 상황이다.

이종준(67) 씨는 "사과 나무들이 불길에 노출돼 꽃눈이 모두 죽어버렸다. 올해 사과 농사뿐 아니라 과수원을 폐원할 수도 있다"며 "집도 불타고, 과수원 농막과 농기계도 모두 불에 타 살길이 막막하다"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마을 곳곳에는 사과 저온저장고를 비롯해 방부목을 생산하는 공장과 농산물 가공공장 등이 있었지만, 현재 모두 판넬 벽체만 남아 폐허가 되어버렸다. 화마가 휩쓸고 간 지 이틀이 지났지만, 마을 곳곳에서 미처 꺼지지 않은 불길이 타오르고, 연기가 피어오르며 전쟁을 치른 듯한 모습이었다.

1일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마을 공동창고가 산불로 소실된 모습. 전종훈 기자
1일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마을 공동창고가 산불로 소실된 모습. 전종훈 기자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는 지난달 25일 산불이 가장 강력하게 지속된 지역으로, 이 마을을 둘러싼 전 산맥은 모두 검게 불에 탔으며, 마을의 과수원도 불에 모두 소실됐다. 마을의 공동 창고는 불길이 덮치면서 저장사과와 농자재들이 모두 불에 타버렸다.

백자리 주민 조모(60) 씨는 "불에 탄 사과나무의 가지를 잘라내고 있지만, 나무가 살아날지 확신할 수 없다"며 "모든 가지가 말라서 자르기 전부터 부러지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나무가 살아도 예전처럼 사과를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길안면 배방리는 청송군과 맞닿아 있는 지역으로, 산불이 빠르게 번지면서 산사과 조성지가 그대로 녹아내렸다. 일부 농가는 불에 탄 사과나무를 베어내고 다른 작물을 심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배방리 주민은 "40년 넘게 과수농사를 지었지만, 올해는 당장 먹을거라도 재배해야 할 상황"이라며 "농민으로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다른 작물을 재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일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한 과수농가가 산불로 인해 인근 창고가 불에 타고 사과나무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다. 전종훈 기자
1일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한 과수농가가 산불로 인해 인근 창고가 불에 타고 사과나무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다. 전종훈 기자
1일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한 과수원. 산불로 관수시설이 모두 불에 타 망가진 모습. 전종훈 기자
1일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한 과수원. 산불로 관수시설이 모두 불에 타 망가진 모습. 전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