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도산 위기" 안동 남후농공단지 화마 직격탄… 기업들 특별법 포함·지원 요구

입력 2025-04-01 10:23:52 수정 2025-04-01 15:30:38

"감가상각·철거비 수억 부담… 예비비·운영자금 지원 시급"
"명백한 인재"…경찰 최초 발화자 조사 착수

지난달 31일 안동 남후농공단지 산불 피해 기업 지원에 관한 1차 지원회의에서 이대원 안동상공회의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지난달 31일 안동 남후농공단지 산불 피해 기업 지원에 관한 1차 지원회의에서 이대원 안동상공회의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경북 안동시 남후농공단지가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로 초토화되면서 입주 기업들이 생존 위기에 놓였다. 기업인들은 복구 자금 지원과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며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의성 산불이 이날 강풍을 타고 안동 남후면 일대까지 번졌다. 이 산불로 남후농공단지 내 42개 공장 중 24곳(10곳 전소)이 큰 피해를 입었다. 전소된 공장부터 설비 일부가 손상된 곳까지 피해 규모는 막대하고, 일부 기업은 화재보험조차 가입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 입주 기업인은 "불만 안 났으면 40~50년은 쓸 수 있었던 설비가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됐다"며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감가상각이 적용돼 실제 복구비의 60% 정도밖에 보상이 안 된다. 철거비만 수억 원인데도 지원 기준에는 빠져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피해 기업들은 이번 화재가 '명백한 인재'라고 강조하고 있다. 경찰은 최초 발화 지점인 의성지역에서 화재와 관련된 인물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입주 기업들은 "지난달 25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농공단지 인근 산으로 산불이 번지는 것을 보고 계속해서 신고했지만 민가주택으로 지원이 이어졌을 뿐 농공단지에는 제대로 된 지원이 오지 않았다"고 초기 대응 부실을 지적했다.

'이게 어떻게 천재지변이냐'며 반문한 한 기업인은 "일부 화재보험사에서는 이번 산불 피해를 두고 자연재해로 분류하면서 보상을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벌써 보이고 있다"며 "보험 보상 한계와 행정 지원의 공백이 기업을 파산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지자체와 정부부처에서 다양한 지원책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피해 기업들은 현실적인 대안에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피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재해 특례보증을 운영하고,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도 시행 중이다. 단, 해당 지원을 받으려면 지자체가 발급하는 '재해 확인증'이 필요하다. 또한 안동시는 '산불 피해기업 원스톱 지원센터'를 가동해 피해 접수와 경영 정상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피해 기업들은 "지금의 재난지원 체계는 주택·개인 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기업은 제도 밖에 서 있다"고 토로한다.

이미 일부 기업은 납품 지연에 따른 계약 위약금과 불량 클레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운영자금 부족으로 임금 지급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일부 기업은 벌써 부도설까지 돌고 있다. 피해 기업들은 지원 없이 현 상황이 두 달 정도 지속하면 부도 도미노와 대량 실직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입주 기업들은 ▷화재보험 감가상각 보전 ▷철거비 지원 ▷운영자금 및 임금 지원 ▷특별법을 통한 기업 포함 ▷지방예비비 우선 투입 등을 요청하고 있다.

한 입주 기업 대표는 "지역경제의 중심인 제조업이 무너지면 일자리도 소비도 사라진다"며 "막상 피해를 봐보니 지자체에서 기업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말이 옛말처럼 느껴진다. 지금이야말로 시와 도, 정부가 '있는 기업'부터 지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안동시에 예비비만 3천억원 가량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택 피해 지원도 좋지만, 예비비의 일부만이라도 피해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긴급 지원을 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