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Narcissism)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키소스의 극단적인 자아도취에서 유래된 단어로, 이상화된 자기애(自己愛)의 왜곡을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얼마간의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른바 공주병이니 왕자병이니 하는 특성을 넘어 타인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의 나르시시즘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처음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네덜란드와 우루과이 공동 연구 팀이 사인(Sign) 유형을 성격적 특성과 비교 분석한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트럼프처럼 사인을 굵고 큼직하게 하는 사람일수록 강한 나르시시즘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 "나는 위대한 사람이 될 것이다"라는 욕망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권력에 취한 리더들의 파괴적인 심리 유형을 분석한 '불통, 독단, 야망'이란 저서를 출간한 스티브 테일러 영국 리즈베킷대 심리학 교수는 최근 트럼프의 '초단절형 인간' 특징을 제시했다. 공감력 부족과 공격적·우발적인 성향을 지적한 것이다. 자신의 나르시시즘 충족을 위해 타인의 감정이나 상처 따위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초단절형 인간'은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도덕성 결핍(缺乏)을 보이기도 한다. 과대망상적 경향이 있어 본인 생각과 배치되는 보도는 '가짜 뉴스'가 된다. 자신에 대한 비판자를 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주변에는 아첨꾼들뿐이다. 용감하고 저돌적인 측면이 있지만 비이성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그래도 대중은 충동적인 카리스마와 단호(斷乎)한 행동력에 환호하기도 한다.
정치인은 나르시시즘적 경향이 강하다. 자신이 무대의 중심에 서고 다른 사람들은 주변에서 박수를 쳐 주기를 바라는 직업군이기 때문이다. 2022년 TV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도 반영이 되었지만, 자신의 불륜 행각마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합리화하며 겉으로는 행복한 가정을 과시하는 파렴치한 언행도 나르시시즘의 일종이다. '내로남불'도 그 범주(範疇)에 속한다. 현대 사회의 고독한 군중은 그런 정치인에게 매료되어 박수를 보내는 우(愚)를 범하고, 초단절형 리더들은 이 같은 대중의 심리적 욕망에 영합할 줄 안다.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joen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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