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산불 잡고보니, 너무 큰 상처에 '망연자실'

입력 2025-03-31 11:28:58

물고기, 닭, 과일, 꿀벌 등 모두가 이번 산불로 큰 피해

산불이 휩쓴 어촌 마을이 텅 비었다. 박승혁 기자
산불이 휩쓴 어촌 마을이 텅 비었다. 박승혁 기자

경북 의성 산불이 영덕의 바다와 땅을 삼키면서 어민들과 농업인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주택과 수산물가공센터 등은 물론이고 어민들 삶의 기반인 어선과 그물까지 모두 불태웠다. 또 복숭아, 사과 등 과수농가들도 애지중지 키운 나무들이 불에 익으면서 올해 과일은 꽃조차 맺기 어려워졌고, 키우던 수 천만리의 닭과 꿀벌도 한꺼번에 소실됐다.

31일 영덕군과 박형수 국회의원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영덕에서 어선 19척과 크레인 1대가 전소되고 7개 마을 어민 가옥 78채가 불탔다.

또 24개 어가의 어구 창고가 전소됐고 대게 자망과 통발 그물도 모두 불길에 사라졌다.

9개 어가의 정치망 어망 9틀(틀당 3억원)도 화마가 앗아갔다.

양식장 피해도 상당하다. 영덕군을 대표하는 어종인 강도다리와 은어 등을 키우는 6개소 양식장에서 모두 68만 마리가 폐사해 36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수산물가공 3개 업체가 가동중인 공장과 창고 16개동도 모두 불길에 휩싸이면서 3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 인근 미역을 건조하고 보관하는 시설도 화마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맘때면 복사꽃을 취하려는 양봉산업이 활황을 띠는데 올해는 산불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지품면 낙평리에서 양봉업을 하는 김경란씨는 집과 벌통, 양봉 기자재 등을 모두 잃었다. 김씨 등 13개 양봉 농가가 입은 피해는 벌통 3천400군에 달한다. 양봉산업 특성상 산자락에 벌통을 놓아두는 일이 많아 피해가 컸다는 게 양봉농가의 탄식이다.

산불 열기에 지품면 배나무들이 모두 익어버렸다. 박승혁 기자
산불 열기에 지품면 배나무들이 모두 익어버렸다. 박승혁 기자

지품면에서 복숭아, 배 농사를 짓는 신한용 씨는 3천그루의 나무를 한꺼번에 잃었다. 근처 주민들의 피해까지 합치면 1만 그루는 훨씬 넘는다. 영덕군은 정확한 통계를 잡지 못할 정도로 과수 농가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덕군 최대 송이 생산지 국사봉이 불타면서 지품면 삼화2리 송이채취를 주업으로 하는 40여 가구도 생계가 막막해졌다. 이곳은 소나무재선충병이 왔을 때도 견뎌낸 청정 송이 주산지였는데, 이번 산불로 모든 게 검게 변했다.

지역에 자리한 50개 축산 농가는 162마리의 돼지와 소를, 2개 양계 농가는 1천500만리의 닭을 땅에 묻었다.

이에 당국은 각 분야별 피해 복구를 위해 예산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 가장 먼저 해양수산분야 예산을 어촌에 투입키로 했다.

경북도와 영덕군은 어업인들이 하루빨리 피해를 복구하고 현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수산 분야 국·도비 사업을 피해지역 어업인에게 우선 지원하고 자부담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어구 소실 어가에 어구 구입비를 지원하고 재난 시 대피 시설을 신설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도와 군은 복구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7개 해양수산기관, 2개 어업인 단체와 '민관 합동 복구 대책 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피해 어업인을 돕는 성금을 기탁하고 신속한 피해복구와 영덕 어촌 회복을 위한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지역 기반 산업인 어업과 농업 등이 이번 산불로 너무나 큰 타격을 입었다. 농어업인들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힘겨운 상황이다. 빠른 회복을 위해 예산과 인력투입 등 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