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군·주민, 불씨 덮는데 온 힘
열기 살아있는 나무에는 물 뿌리고 갈퀴로 바닥 긁어내 방화선 만들어
31일부터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
30일 경북 북동부 산불 진화 이틀째를 맞아 안동과 의성, 영양 등 곳곳에서 잔불 진화 작업이 벌어졌다. 소방당국과 지자체, 군 병력, 주민 등은 강한 바람에 불씨가 다시 살아나지 않도록 불씨를 덮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잔불 정리 활동은 이날을 끝으로 종료되지만 감시 체제는 계속 유지된다. 경북도는 잔불 정리를 마치고 뒷불 감시 체제 및 이재민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재발화 저지 총력
30일 오전 의성군 신평면 중율리 한 야산. 불길이 지나간 땅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밑동부터 타들어 간 소나무에는 성한 곳이 없었고, 편편한 바위조차 모두 검게 변한 상태였다.
진화대원이 갈퀴로 바닥을 긁자 고운 잿가루가 피어 올랐다. 대원과 주민들은 갈퀴로 부엽토를 긁어냈고, 아직 열기가 살아 있는 나무에는 등짐펌프에 담긴 물을 강하게 뿌렸다.
이날 인근 마늘봉 일대에도 소방 인력이 대거 투입됐다. 마늘봉은 신평면 중율 1, 2리와 덕봉리, 교안 1, 2리 등 5개 마을에 영향을 미치는 주봉으로 꼽힌다.
이 일대에는 이날 오전 의성군청 직원 14명과 육군 제50보병사단 120명, 주민 15명, 칠곡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 8명, 김천시 산불전문예방진화대 10명 등이 잔불 진화에 투입됐다.
대원들은 등짐펌프로 나무에 물을 뿌려 불을 끄고는 갈퀴로 바닥을 긁어 맨땅이 나올 때까지 긁어냈다. 이후 너비 1m의 방화선을 구축해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막는 작업을 반복했다.
김시찬 신평면장은 "당분간 비 소식이 없기 때문에 강한 바람이 불면 부엽토나 나무 그루터기에 숨어 있던 불씨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주민들은 영농 준비를 제쳐두고 잔불 정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조복래(67) 중율1리 이장은 "등짐펌프를 지고 올라가서 방화선도 구축하고 방화수도 퍼올려서 잔불을 끄고 있다"면서 "앞으로 1주일간은 주민들끼리 순번을 정해서 잔불 정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잔불 정리 끝나도 감시 체계는 유지
30일 오후 2시 영양군 입암면 노달리에 위치한 한 야산. 화마가 휩쓸고 간 이 산은 밖에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속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탄내로 가득 차 코를 찔렀고, 눈은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잿가루가 강풍에 휘날렸다.
차로 10분가량 올라가자 그을린 소나무, 다 타버려서 밑동만 남은 나무, 바짝 말라 버린 나뭇잎 등 괴물 산불이 남긴 처참한 풍경이 펼쳐졌다.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잔불 정리를 위핸 나선 육군제50보병사단 장병과 산불진화대원 등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은 갈퀴, 물펌프 등 각자 맡은 잔불 진화 장비를 들고 그을린 산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돌다리를 두들기듯 촘촘히 바닥을 살피며 작은 연기를 지워 나갔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가장 먼저 번진 안동에서도 많은 인력이 잔불 정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은 등짐을 메고 가파른 산사면을 오가며 잔불을 정리했고, 물이 떨어지면 다시 급수를 해온 차에서 물을 받아 다시 산속으로 들어갔다.
일부는 신속한 진화가 가능하도록 산 중턱까지 대용량 물통을 수시로 전달했다. 산불진화대와 경북안전기동대 등은 갈고리를 양손에 움켜쥐고 잔불 확인을 위해 바닥을 뒤짚고 다녔다.
이곳에서 만난 한 경북안전기동대원은 "작은 먼지가 피어 올라도 연기로 보고 확인, 재확인을 해가면서 괴물 산불이 남긴 불씨가 되살나지 않도록 모두가 집중해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경북도는 30일 중으로 잔불 정리를 끝내고 31일부터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활 방침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현충원서 또 "예의가 없어" 발언…왜?
홍준표, '개헌' 시사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제7공화국, 탄핵정국 끝나면 국가 대개조 나서야"
박찬대 "한덕수, 4월 1일까지 마은혁 임명 안 하면 중대 결심"
尹 선고 지연에 다급해진 거야…위헌적 입법으로 헌재 압박
'위헌소지' 헌법재판관 임기연장법 법사위 소위 통과…문형배·이미선 임기 연장되나(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