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초대형 산불이 악전고투(惡戰苦鬪) 끝에 진화됐고, 경남 산청의 산불도 213시간 만에 주불이 잡혔다. 대재앙이 끝난 것은 다행이지만, 그 피해는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경북 5개 시·군(안동시·의성군·영양군·청송군·영덕군)에 피해가 집중됐다.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망연자실(茫然自失)하고 있다. 국가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국가적 재난을 극복해야 할 때다.
이번 산불로 경북에서만 26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다. 주택 3천200여 채가 전소(全燒)됐고, 농업 시설 2천100여 곳, 사찰 9곳, 문화유산 16곳이 불에 탔다. 돌아갈 곳이 없어 임시 대피소에 있는 주민들은 6천300여 명에 이른다. 산불 피해 면적은 4만5천㏊(축구장 6만3천245개)로 전국 11개 시·군 전체 피해 면적(4만8천238㏊)의 93%나 된다. 안동의 한 이재민(罹災民)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며 "집도 사과밭도 다 타 버렸다. 살길이 막막하다"고 울음을 삼켰다. 많은 이재민들이 마을회관, 체육관 등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지내고 있다. 이들에게 더 큰 고통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절망감이다.
국가적인 재난 속에서도 진화대원들의 희생과 공동체 정신은 빛났다. 진화대원들과 공무원들은 강풍 속에 급속히 번지는 '괴물 산불'과 사투(死鬪)를 벌였다. 헬기 조종사들은 악조건에서도 불구덩이에 물을 뿌렸다. 그 와중에 훌륭한 조종사와 진화대원들을 잃었다. 주민들은 몸이 불편한 이웃을 들쳐 업고 뛰었다. 구호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은 진화대원들과 이재민들을 돕고 위로했다. 개인과 기업들의 구호 성금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 덕분에 이재민들은 밥 한 술 뜨고, 숯검정이 된 삶 터를 둘러볼 수 있었다.
조사가 본격화되면 산불 피해 규모는 더 늘 것이다. 신속한 화재 현장 복구(復舊)와 이재민들을 위한 최대한의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당장은 이재민들이 생활할 수 있는 임시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 잿더미가 된 마을을 재건(再建)해야 하고, 집을 잃은 주민들을 위한 주택을 지어야 한다. 대형 헬기를 비롯한 산불 진화 장비의 현대화, 진화 인력의 전문화는 물론 임도(林道) 확대, 산불을 키우는 침엽수 위주의 식목 탈피와 같은 인프라 개선도 과제다. 기후 변화로 대형 산불 위험이 현실로 닥친 만큼 대규모 재정 투입은 시급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산불 현장을 방문해 "피해를 본 지역이나 시설들에 대해서는 (피해 복구를 위한) 예산 걱정을 하지 않으시도록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하겠다"며 "이런 위험한 시기에 쓰자고 세금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럴 때 쓸 수 있는 예비비(豫備費)를 줄인 쪽은 민주당이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예산 중 예비비를 4조8천억원으로 편성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2조4천억원으로 삭감했다. 결국 재난·감염병 대응 등을 위한 목적 예비비는 1조6천억원으로 줄었다. 예산을 정쟁(政爭)의 수단으로 삼으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와 정치권은 산불 관련 긴급 예산을 빨리 편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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