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영향구역만 축구장 6만3천245개에 달해
정밀 조사하면 피해면적 등 더 늘 것으로 전망
지난 22일 11시 25분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발생한 '악마 산불'은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인접한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북동부권 5개 시·군으로 번지면서 단일 산불로는 역대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상북도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해 경북 5개 시·군에서만 사망자 26명, 중상 4명, 경상 29명 등 총 59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같은 날 산불이 발생한 경남 산청·하동에선 사망 4명 등 총 1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울산 울주에서는 2명이 다쳤다.
시·군별로는 영덕에서는 60대 산불진화대원을 비롯해 9명이 사망했고, 영양 7명, 안동·청송 각 4명, 의성 1명 등이다. 또 강원 인제군 소속 산불 진화헬기 조종사 박현우(73)기장이 진화 중 지난 26일 오후 12시52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에서 순직했다.
산불영향구역은 경북에서만 4만5천157㏊로 이는 축구장 약 6만3천245개에 달한다. 시·군별로는 의성이 1만2천821㏊로 가장 많고, 안동 9천896㏊, 청송 9천320㏊, 영덕 8천50㏊, 영양 5천70㏊다. 이번 산불은 피해액 500억 달러(한화 약 73조5천5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역사상 최악 산불인 지난 1월 LA산불의 피해면적(2만3천200㏊)보다 2배 가까이 피해 면적이 광범위하다. 이마저도 향후 정확한 피해면적 조사 등이 이뤄지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성에서 번진 산불은 고온건조한 기후, 강풍에 겨우내 쌓인 낙엽·솔방울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삽시간에 인접 시·군을 덮치면서 주택 총 3천369채가 피해를 입었다. 이 중에선 전소된 주택만 3천308채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산불이 가장 늦게 덮친 영덕에서만 주택 1천237채가 전소되는 등 피해가 가장 컸다.
산불은 천년을 이어온 지역의 문화유산도 집어삼켰다. 통일신라 시기인 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는 이번 산불로 전체 전각 30동 중 21동이나 전소됐다. 특히,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과 가운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렸다. 이외에도 최초 발화지인 의성 안평면과 인접한 또다른 '천년고찰' 운람사도 전소됐다. 도내에서 현재까지 이번 산불로 발생한 문화재 피해는 사찰, 고택, 정자 등 25개소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찰이나 고택 등에 보관돼 오던 유물들은 화마가 덮치기 전 다른 곳으로 이동돼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다.
농업이 주력 산업인 경북 북부권에서는 농작물 558㏊에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설하우스 281동, 축사 51동 등이 전소되는 등 피해를 입었으며 1대에 8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트렉터 등 농기계도 1천300여대 넘게 소실됐다.

특히, 산불로서는 이례적으로 바다로도 불이 번지면서 항구에 정박 중이던 어선 19척과 인양 크레인 1대가 완전히 전소됐다. 영덕에선 전기 단전으로 인해 은어 50만 마리가 폐사하는 등 양식장 6개소가 피해를 입었다. 도는 오는 1일 민관합동 수산피해 복구지원 회의 등을 개최해 수산분야 피해현황을 조사해 복구 계획 등을 수립할 계획이다.
산불이 덮친 지역에선 통신·전력 장애 등 발생도 잇따랐다. 산불이 확산하면서 도내 6개 시·군 31곳에서 유·무선, 인터넷 피해 등이 발생했다. 또 초고압 송전선로 등이 피해를 입으면서 전력 장애 등이 발생했고 일부 지역에선 단수 등 상·하수도 피해도 잇따랐다.
산불을 피해 주민 3만4천여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현재도 3천773명이 대피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요양원·요양병원 등 복지시설 입소자 1천여명도 산불이 확산하면서 한 때 대피하기도 했다. 도는 정부와 기업 연수시설, 호텔·리조트 등에 이들 중 639명을 입소시켰으며 피해 이재민들의 일상과 생업을 위해 모듈 주택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이번 산불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가 너무 크다"며 "주거, 구호, 의료 등 3중 지원체계를 가동해 이재민 구호조치에 소홀함이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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