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맣게 탄 경북 북동부…사상자 59명 등 역대 가장 많은 피해 남겨

입력 2025-03-30 17:05:38 수정 2025-03-30 21:10:27

산불영향구역만 축구장 6만3천245개에 달해
정밀 조사하면 피해면적 등 더 늘 것으로 전망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30일 오후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30일 오후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산불 피해 후속조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지난 22일 11시 25분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발생한 '악마 산불'은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인접한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북동부권 5개 시·군으로 번지면서 단일 산불로는 역대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상북도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해 경북 5개 시·군에서만 사망자 26명, 중상 4명, 경상 29명 등 총 59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같은 날 산불이 발생한 경남 산청·하동에선 사망 4명 등 총 1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울산 울주에서는 2명이 다쳤다.

시·군별로는 영덕에서는 60대 산불진화대원을 비롯해 9명이 사망했고, 영양 7명, 안동·청송 각 4명, 의성 1명 등이다. 또 강원 인제군 소속 산불 진화헬기 조종사 박현우(73)기장이 진화 중 지난 26일 오후 12시52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에서 순직했다.

산불영향구역은 경북에서만 4만5천157㏊로 이는 축구장 약 6만3천245개에 달한다. 시·군별로는 의성이 1만2천821㏊로 가장 많고, 안동 9천896㏊, 청송 9천320㏊, 영덕 8천50㏊, 영양 5천70㏊다. 이번 산불은 피해액 500억 달러(한화 약 73조5천5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역사상 최악 산불인 지난 1월 LA산불의 피해면적(2만3천200㏊)보다 2배 가까이 피해 면적이 광범위하다. 이마저도 향후 정확한 피해면적 조사 등이 이뤄지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동 실내체육관. 엄재진 기자
안동 실내체육관. 엄재진 기자

의성에서 번진 산불은 고온건조한 기후, 강풍에 겨우내 쌓인 낙엽·솔방울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삽시간에 인접 시·군을 덮치면서 주택 총 3천369채가 피해를 입었다. 이 중에선 전소된 주택만 3천308채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산불이 가장 늦게 덮친 영덕에서만 주택 1천237채가 전소되는 등 피해가 가장 컸다.

산불은 천년을 이어온 지역의 문화유산도 집어삼켰다. 통일신라 시기인 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는 이번 산불로 전체 전각 30동 중 21동이나 전소됐다. 특히,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과 가운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렸다. 이외에도 최초 발화지인 의성 안평면과 인접한 또다른 '천년고찰' 운람사도 전소됐다. 도내에서 현재까지 이번 산불로 발생한 문화재 피해는 사찰, 고택, 정자 등 25개소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찰이나 고택 등에 보관돼 오던 유물들은 화마가 덮치기 전 다른 곳으로 이동돼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다.

농업이 주력 산업인 경북 북부권에서는 농작물 558㏊에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설하우스 281동, 축사 51동 등이 전소되는 등 피해를 입었으며 1대에 8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트렉터 등 농기계도 1천300여대 넘게 소실됐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인근 4개 시군으로 확산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 산불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주불 진화 다음날인 29일 안평면 괴산리 산불 최초 발화 추정 지점 상공에서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영덕 방면으로 바라본 모습. 검게 그을린 능선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번 산불로 발생한 산림 피해 면적은 4만5천157㏊(헥타르)로 대구 면적 약 3분의 1이 소실됐으며, 26명이 사망하고 대피 인원 3만 7천여명 중 6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인근 4개 시군으로 확산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 산불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주불 진화 다음날인 29일 안평면 괴산리 산불 최초 발화 추정 지점 상공에서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영덕 방면으로 바라본 모습. 검게 그을린 능선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번 산불로 발생한 산림 피해 면적은 4만5천157㏊(헥타르)로 대구 면적 약 3분의 1이 소실됐으며, 26명이 사망하고 대피 인원 3만 7천여명 중 6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특히, 산불로서는 이례적으로 바다로도 불이 번지면서 항구에 정박 중이던 어선 19척과 인양 크레인 1대가 완전히 전소됐다. 영덕에선 전기 단전으로 인해 은어 50만 마리가 폐사하는 등 양식장 6개소가 피해를 입었다. 도는 오는 1일 민관합동 수산피해 복구지원 회의 등을 개최해 수산분야 피해현황을 조사해 복구 계획 등을 수립할 계획이다.

산불이 덮친 지역에선 통신·전력 장애 등 발생도 잇따랐다. 산불이 확산하면서 도내 6개 시·군 31곳에서 유·무선, 인터넷 피해 등이 발생했다. 또 초고압 송전선로 등이 피해를 입으면서 전력 장애 등이 발생했고 일부 지역에선 단수 등 상·하수도 피해도 잇따랐다.

산불을 피해 주민 3만4천여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현재도 3천773명이 대피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요양원·요양병원 등 복지시설 입소자 1천여명도 산불이 확산하면서 한 때 대피하기도 했다. 도는 정부와 기업 연수시설, 호텔·리조트 등에 이들 중 639명을 입소시켰으며 피해 이재민들의 일상과 생업을 위해 모듈 주택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이번 산불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가 너무 크다"며 "주거, 구호, 의료 등 3중 지원체계를 가동해 이재민 구호조치에 소홀함이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일주일째 이어졌던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가 완료된 28일 영양 석보면과 영덕 지품면 경계 지역 표지판이 검게 그을려 화염이 지나갔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일주일째 이어졌던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가 완료된 28일 영양 석보면과 영덕 지품면 경계 지역 표지판이 검게 그을려 화염이 지나갔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