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시·도 및 중앙119구조본부서 인력 959명·소방차 409대 파견
타지역 소방대원 "화재 진압 못할 것 같았다…이토록 광범위한 현장 처음"
경북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진화에 전국 소방대원들이 힘을 모았다. 소방청과 전국 15개 시·도에서 파견된 인력은 나흘간 현장에 머무르며 주불을 잡은 이후에도 잔불 정리와 민가 방어에 투입됐다.
강한 바람은 물줄기를 되돌렸고, 야간에는 헬기가 뜨지 못해 진화 작업이 더욱 어려웠다. 그런데도 현장에 남은 대원들은 "힘든 건 당연하다. 피해를 줄이는 게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30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번 산불 진화에는 전국 15개 시·도 소방본부와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가 참여해 소방차·장비 409대, 인력 959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주불 진화 이후 30일 오전 9시 기준 경북 이외 지역 대원들은 철수했지만, 포항·김천·상주·영주 등의 소방대원들과 중앙119구조본부는 현장에 남아 잔불 정리와 방화선 구축을 맡고 있다. 이들은 펌프차를 활용해 산불이 다시 번지지 않도록 살수를 이어갔다.
중앙119구조본부 한 대원은 "과거 강원 고성·속초 산불은 상대적으로 화재 지점이 밀집돼 있었지만, 이번 산불은 너무 넓고 지형이 다양해 대응이 훨씬 어려웠다"며 "이렇게까지 넓게 확산된 현장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먼 거리에서 온 대원들은 피로감을 더욱 크게 체감했다. 충청·강원119특수구조대 박모 씨는 "왕복 4시간을 이동하고 교대까지 마치면 28시간이 걸렸다. 제대로 쉬는 시간도 없었다"며 "펌프차 호스 길이가 15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산속 깊이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아쉬웠다. 야간엔 헬기가 뜨지 못해 불길이 되살아나도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많았다"고 했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은 이번 산불을 "역대 최대 규모"의 화재로 기억했다. 영주소방서 소속 7년 차 소방대원 A(37) 씨는 "불길을 가까이서 보니 진화가 어려울 것 같았다"며 "압력을 최대로 높여 물대포를 쏴도 바람이 워낙 강해 물이 소방차 쪽으로 되돌아올 정도였다. 2023년 영주 산불과 비교해도 이번의 규모와 위력은 훨씬 더 컸다"고 했다.
문경소방서 장혁진(31) 소방교는 "아파트나 주택 화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현장이라 긴장이 됐다"며 "제가 맡은 건 민가 방어였고, 주택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미리 물을 뿌리고 상황을 지켜봤다. 바람이 초속 27m로 불어 작은 불씨도 금세 번질 수 있었다. 누군가 막지 않았다면 바로 불길에 휩싸였을 민가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진화에 나섰다"고 말했다.
현장에 남은 안동의 소방대원과 의용소방대원들은 다른 지역 소방대원들의 합류가 큰 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용상여성의용소방대 김모(62) 씨는 "서울, 부산, 전라도에서 온 대원들과 며칠을 함께 지내며 정이 들었다"며 "아침에 그들이 떠나는 걸 배웅하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는데 눈물이 났다. 남은 대원들이 도열해 손을 흔들며 작별했다"고 말했다.
불씨가 언제 다시 살아날지 모르기 때문에 교대 근무를 이어가며 현장을 주시할 계획이다. 충청·강원119특수구조대 소속 한 대원은 "화재 현장을 늘 가까이에서 보지만, 피해 주민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이런 상황을 눈으로 직접 보면, 더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119구조구급센터 봉화구조대 정영관(51) 소방위는 "곳곳에 잔불이 남아, 과일 창고나 공장 같은 시설을 중심으로 잔불 제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교대로 근무는 하고 있지만, 장시간 현장에 있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모인 대원들과 함께하고 있어 든든하다"며 "누군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더 애써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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