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산불 '장군봉'은 못 넘긴다" [영상]

입력 2025-03-27 15:41:36 수정 2025-03-27 17:17:34

장군봉이 넘어서면 천년고찰 대전사가 코앞
대전사 옆으로 수십개 상가가 밀집돼 있어서 더욱 위험
대전사 주위 방어선 구축하고 불길은 헬기가 잡아

26일 주왕산국립공원에 산불이 발생해 진화헬기가 불을 끄고 있는 모습. 전종훈 기자
26일 주왕산국립공원에 산불이 발생해 진화헬기가 불을 끄고 있는 모습. 전종훈 기자

"장군봉까지 오르는 건 막아야 합니다."

27일 오후 3시쯤 청송군 청송읍 청송황금사과연구단지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의 긴급 무전이 울린다. 주왕산 산불이 바람을 타고 장군봉 인근까지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장군봉을 넘어서면 천년고찰 대전사가 코앞이며 대전사 옆 수십 개의 상가들이 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왕산은 악산이라 방어진을 구축할 때는 국립공원과 산불진화대, 청송군, 소방대원 등이 합심해서 대비했지만 막상 불이 나고서는 진화 헬기밖에 손쓸 수 없는 상황이다.

주왕산 상황을 잘 아는 한 소방진화대원은 "헬기가 물을 뿌리고 나면 다시 불길이 오르는 것이 고목과 낙엽 등이 두껍게 쌓여 있어서 그렇다"며 "자연 그대로를 보존한 곳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연기가 오르는 것을 보고 대전사 역시 분주했다. 청송군 등은 장군봉을 넘어서기 전 곳곳에 잔목을 자르며 방어선을 구축하고 불길 지연에 인력을 더 투입했다.

소방인력들도 대전사에 더 두꺼운 방어선을 세웠다. 대전사 인근에는 대용량 저수조(2만2천ℓ를 설치했고 대전사 후방에는 산불 지연제 120ℓ를 살수했다.

주왕산 산불은 지난 25일 오후 6시 20분쯤 처음 발생했다. 이날 인근 부곡리에 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채 20분도 되지 않아 주왕산으로 옮겨붙은 것이다. 이 불은 청송읍 월외리와 거대리, 교리 등 주왕산 5~7부 능선 여러 곳에 옮기면서 진화를 더욱 어렵게 했다. 이틀 동안 1천ha의 산림자원과 탐방지원센터, 간이화장실 등 건물 3채를 태웠다.

청송군 관계자는 "국립공원이다 보니 죽은 나무나 낙엽 등을 그대로 남겨뒀기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이 크다"며 "가파른 산은 헬기가 끄고 낮은 능선으로 내려오면 대기했다가 산불진화대가 끄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