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이연정] 대구에도 비엔날레가 있다

입력 2025-03-23 09:44:45 수정 2025-03-23 18:37:35

이연정 문화부 기자

이연정 문화부 기자
이연정 문화부 기자

"대구사진비엔날레 가 본 적 있나?"

10년 이상 대구에 살고 있는 지인 중 무작정 5명을 골라 물었다. 가 본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심지어 대구에 그런 행사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대답도 돌아왔다.

신생 행사가 아니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올해로 10회째다. 2년에 한 번 열리니 벌써 20년이나 됐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가 보자.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처음 열린 2006년 당시, 대구는 자타 공인 '한국 사진의 메카'였다. 최계복, 안월산, 구왕삼 등 걸출한 사진가들이 탄생했고 우리나라 첫 사진 교육기관인 '월산예술학원'이 있던 도시였다. 타 도시에 비해 대학 사진 관련 학과도 많아 매년 수백 명의 사진예술인을 배출했다. 국내 유일, 사진이라는 특정 매체를 대상으로 한 국제비엔날레가 대구에서 열리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구가 사진비엔날레를 연다는 것 외에는 사진의 메카라고 내세울 만한 요소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타 지역에 생겨난 국제사진제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내부적으로도 불안정한 운영이 항상 지적돼 왔다. 2, 3회마다 주최·주관이 대구시에서 사단법인으로, 다시 대구시로 이관됐고 현재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산하 대구문화예술회관이 비엔날레를 담당하고 있다. 운영 주체의 잦은 변화로 인해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졌고 역사에 비해 아카이브도 취약하다. 비엔날레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 어느덧 기념비적인 10회를 맞았다. 개막을 6개월 남겨 두고 부랴부랴 예술감독을 선임했던 지난 9회와 달리, 빠르게 예술감독 선임과 주제 선정을 끝내고 전시 구성에 돌입하는 등 다소 안정을 찾은 점은 고무적이다.

그만큼 이번 비엔날레는 대내외적 약점을 극복하고 좀 더 내실 있고 다채로운 행사가 되길 기대한다. 자원봉사자 모집이나 참여형 프로그램을 더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이고, 비엔날레 기간 지역 관광지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홍보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행사 담당 기관뿐 아니라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프린지포토페스티벌의 경우 정작 대구의 대표 전시 공간인 대구미술관이나 일부 구·군별 문화기관 전시장은 여전히 포함돼 있지 않거나 단발성 전시에 그친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중장기적 운영 계획과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다. 2년 만에 열린 행사가 끝난 뒤에는 전문가와 행정가 등이 머리를 맞대고 그것을 되돌아보며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담당 기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4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베니스비엔날레 취재기자단에 선발돼 베니스 현지에 머물며 도시 전체가 거대한 전시장임을 체감한 바 있다. 병행 전시와 외부 전시까지 합하면 수백 개의 전시가 진행되고, 기존의 사무실이나 작업실로 쓰이던 공간이 비엔날레 기간에만 전시장으로 변신해 관람객들을 맞았다. 호텔에서 본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 크고 작은 전시 공간이 자리해 지루할 틈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오는 9월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찾는 관람객들도 도시에 대한 인상적인 기억을 안고 돌아갔으면 한다. 세계의 사진 전문가들이 대구로 몰려와 교류하고 참여를 자랑스러워하는 행사이자,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 행사로서의 발돋움을 바란다. 잘 키운 축제 하나가 열 관광지 부럽지 않은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