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십 수 년 전, 한 유명 화가로부터 작품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결혼을 준비하며 다양한 선물을 받았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남달랐다. 새 집을 채울 가구나 가전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화가는 단순히 그림을 건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예술을 향한 애정을 함께 전해줬다. 나는 단순한 축하를 받은 것이 아니라, 깊은 존중과 따뜻한 마음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는 단순한 물질적 가치 이상의 행위다. 예술 작품은 창작자의 영혼이 담긴 결과물이며, 예술가는 그것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한다. 그러므로 작품을 선물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상대에게 건네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고 짐작한다.
그러나 오늘날 예술을 접하는 방식은 관람료를 내고 입장해 감상하는 것처럼 주로 경제적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이 굳어져 이제는 예술은 '상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의 본질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선다. 우리는 대가를 치르지 않더라도 예술이 주는 감동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한다. 특히 예술은 특정 계층만이 향유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가치이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
역사적으로도 예술 후원의 중요성은 두드러진다.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 거장들을 후원하며 르네상스 시대를 함께 꽃피웠다. 그들의 후원으로 예술가들은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 결과물은 오늘날까지 전 세계적인 유산으로 사랑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메디치 가문은 예술에 대한 후원으로 현대에 우리에게까지 예술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사회에서도 '메디치'스러운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미 예술의 감동을 경험한 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로 환원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접하고 경험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기업과 단체가 예술을 후원하고, 개인이 예술 향유의 기회를 나누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예술의 가치는 지금 우리 세대에서 빛나고 후세까지 깊이 전해질 것이다.
예술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그 울림은 한없이 넓게 퍼져 나간다. 누군가가 선물한 한 점의 그림, 한 곡의 연주, 한 편의 공연이 또 다른 이에게 감동을 전하고, 그 감동이 다시금 새로운 나눔으로 이어질 때, 예술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우리가 받은 예술의 선물을 다시 나누고, 그 따뜻한 바람이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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