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 500여 명 대피…대피소 전쟁터 방불
강풍 타고 번지는 불띠에 진화율 4% '사투'
22일 오후 산불이 발생한 경북 의성군. 수㎞ 전부터 매캐한 연기가 취재진의 차량 안으로 밀려 들어와 숨쉬기조차 거북했다. 의성에 도착하자 짙은 갈색 연기가 하늘을 뒤덮어 도시 전체가 암흑에 휩싸여 있었다. 대낮임에도 사방은 캄캄했고, 연기에 가린 해는 존재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캄캄한 곳에서 보이고 들리는 건 사이렌 불빛과 소리가 전부였다. 의성읍 중심가에 다다르자, 인근 주민들은 불길을 피해 의성실내체육관 쪽으로 허겁지겁 몸을 피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성실내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불을 피해 온 주민과 이들을 돕기 위해 달려온 봉사자 등 5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이곳에 몰렸다. 먼저 온 주민들은 급히 깔린 매트 위에 겨우 자리를 잡았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뒤늦게 도착한 주민들에게 좁은 자리를 내주며 서로의 안위를 살폈다. 마치 가족처럼 등을 맞대고 앉은 주민들의 얼굴에는 걱정과 불안, 그리고 안도의 표정이 뒤섞여 있었다.
봉사자들은 발 디딜 틈 없는 대피소 안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쉬지 않고 구호물품을 나눠주고 주민들을 다독였다. 물 한 컵을 건네며 위로를 전했고, 담요를 펴주며 조용히 등을 쓸어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집은 괜찮은지, 내 이웃은 괜찮은지 걱정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무서운 불길 속에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는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24분 의성 안평면 괴산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돌풍을 타고 번져 오후부터는 의성읍 철파리 민가까지 들이닥쳤다. 이어 금성면 청로리, 안계면 용기리 등에서도 잇따라 불이 나 의성군 전체가 화마의 뒤덮혔다. 철파리 마을은 불씨가 전신주 전선을 타고 옮겨붙어 삽시간에 불이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 A씨는 "불바람이 한 번 불더니 전신주에서 불꽃이 튀고, 금새 불바다가 됐다"며 "불이 나면 바람 더 무섭다는 말을 절실히 느꼈다"고 당시 긴박함을 설명했다.
이날 불어닥친 강풍은 불씨를 이리저리 옮기며 늦은 저녁까지 의성 곳곳을 태웠다. 의성읍 중심가에서 어디에 시선을 돌려도 불띠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의성읍 중심가 어디에서든 산비탈을 타고 번지는 불띠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불이 있는 곳마다 소방 인력이 배치돼 사투를 벌였지만, 오후 7시까지 진화율은 겨우 4%에 머물렀다.
의성군 관계자는 "밤에 되고 헬기는 더이상 뜰 수 없고, 바람 때문에 불이 산에서 산으로 계속 옮겨 붙고 있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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