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40도 폭염' 올여름 더 뜨겁다…기상학자가 짚은 3가지 이유

입력 2025-03-22 12:25:37 수정 2025-03-22 12:39:09

김해동 교수가 경고한 여름 시나리오…"작년보다 더 뜨거워진다"
3월에 폭설, 4월에 반팔…무너진 계절의 경계, 그 과학적 원인

3월, 꽃샘추위가 찾아올 법한 시기에 대구 하늘에 눈이 흩날렸다. 한낮엔 반팔 차림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기온이 오르기도 했다. 계절의 경계가 무너진 듯한 날씨, 대구 시민들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고 말한다. 기후는 왜 이렇게 요동치는 걸까. 그리고 '대프리카'라 불리는 대구의 여름은 얼마나 더 뜨거워질까.

기상청보다 날씨를 더 잘 맞힌다는 '족집게 기상학자',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김해동 교수는 이상 기후 현상의 배경과 올여름 폭염 전망에 대해 예리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지금의 기후는 전례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단언했다.

지난 3월 20일 대구에 또다시 눈이 내렸다. 봄을 재촉하던 시기에 내린 눈발은 시민들 사이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날씨"라는 반응을 자아냈다. 김 교수는 이번 현상을 "저기압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하며 유입된 눈 구름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겨울철처럼 시베리아 고기압이 주도하는 단순한 패턴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상 레이더가 가리키는 방향은 점점 예측 불가능한 날씨로 향하고 있다. 김 교수는 2023년 여름 40도를 넘는 폭염을 사전에 예측해 화제를 모았다. 그의 분석은 이번 여름에도 적용된다. 그는 "기후 모델 다수가 올여름 한반도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그 배경에는 급격히 상승한 해수면 온도와 이례적인 대기 흐름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연안 해수 온도 상승 속도는 세계 평균을 훨씬 웃돈다. 여름철 기준으로는 세계 평균보다 4배가량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김 교수는 "해수 온도가 30도에 육박하면서 열기와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한반도를 짓누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분석에서 주목할 지점은 '고기압'이다. 특히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중 압박이 변수로 떠올랐다. "티베트 고원에 겨울 동안 눈이 적게 쌓이면 여름에 더 많은 태양 복사열을 흡수하게 되고, 그로 인해 형성되는 고기압이 강력해진다"고 설명한 김 교수는 "그 고기압이 한반도로 밀려오면 북태평양 고기압과 겹쳐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프리카'라 불리는 대구는 왜 유독 더운 걸까. 김 교수는 바람의 방향과 지형, 그리고 내륙성 기후의 특성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결과라고 짚었다. "우리나라를 덮는 바람은 주로 서풍이다. 이 바람이 서쪽 지역에서 가열된 후 내륙을 지나 동쪽 끝에 위치한 대구에 도달하면서 기온이 급상승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구보다 광주나 전주 등 서쪽 지역이 더 더운 날도 많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미 2013년, 한국과 일본 기상청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서쪽 내륙 지역의 고온화가 동쪽보다 심해질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프리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서쪽 지역의 폭염도 심각해지고 있다.

폭염의 과학적 대응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피해야 한다." 김 교수는 단호히 말했다. 이어 "근로시간 조정, 냉방 환경 확보, 실내 활동 강화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특히 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구시의 폭염 대응 실태도 짚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쉼터를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ATM기기 설치된 은행 로비 같은 곳을 쉼터로 지정한 경우도 있다"며 "형식적인 수치가 아니라 실제 도움이 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예측을 위한 신뢰할 만한 방법론에 대해 그는 "기상청, 일본기상청, 세계기상기구(WMO) 등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가장 과학적이고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를 도출한다"고 밝혔다. "사이언스는 예언이 아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추론"이라는 그의 말처럼, 기상학은 예측이 아닌 해석에 가깝다.

그는 예측의 한계도 인정했다. "공기와 바다는 유체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예측을 벗어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확률이 낮더라도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현상에 대해 시민들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에서 봄과 가을이 사라졌다"는 말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일평균 기온이 20도를 넘는 시기를 여름으로 보는데, 요즘은 4월부터 11월 중순까지 반팔을 입을 수 있을 정도의 날씨가 지속된다"며 "사실상 여름이 7~8개월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기후 이변 사례로 2023년 지중해 폭염과 이탈리아의 갑작스러운 폭설을 꼽았다. "8월 초 40도 넘는 폭염이 갑자기 영하로 바뀌며 폭설이 내렸다"며 "기후 변동성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도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 여파는 지중해 전역에 퍼졌다. 허리케인 다니엘은 리비아에 2만3천 명의 인명 피해를 냈고, 그리스에는 하루 만에 2년 치 비가 쏟아졌다. 김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5월엔 영동 지방에 폭설이 내렸고, 어린이날에는 제주도에 하루 960mm, 대구의 연 강수량에 맞먹는 비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기상학자로서의 소명도 언급했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교사를 꿈꿨지만 우연히 연구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며 "지금도 교사 연수, 교육과정 개편 등 교육 관련 활동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폭염이 일상이 되는 시대,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을 인정하는 용기"라고 말했다. "대구시를 포함한 각 지자체가 형식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시민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