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통화 "30일간 에너지 휴전만"…갈 길 먼 '우-러 종전' 협상

입력 2025-03-19 17:06:08 수정 2025-03-19 21:54:56

'최소한만 양보' 휴전 주도권 쥔 푸틴, 곤란해진 트럼프
러시아, 서방의 우크라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 요구
트럼프 향후 협상 '가시밭길', 유럽까지 만족할 案 내야
미-러, 23일 사우디 제다에서 휴전 논의 이어가기로

1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안에 대해 90분 동안 통화했다.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안에 대해 90분 동안 통화했다.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재에 나선 미국 등 3국이 18일(현지시간) 에너지 및 인프라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을 30일간 중단하는 부분적 휴전안 추진에 원칙적으로 뜻을 같이했다.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재에 나선 미국 등 3국이 18일(현지시간) 에너지 및 인프라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을 30일간 중단하는 부분적 휴전안 추진에 원칙적으로 뜻을 같이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90분 동안 통화에서 30일간 에너지 및 인프라 공격 중단과 포로 교환에 동의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최소한의 수준으로 양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수준의 휴전이라면 러시아가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 주요 시설에 대한 공습을 자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포로 교환도 양국 간 전쟁 중에도 이뤄지는 통상적 프로세스로 봐야 한다. 미국은 이제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입장도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러시아로부터의 통 큰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푸틴의 예비 판정승, 극단 요구 지속

두 정상 간 '에너지 휴전' 구두 합의에도 불구하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18일(현지시간) "피비린내 나는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은 그대로 살상지대로 남고 드론과 미사일 폭격도 우크라이나 전역에 계속 쏟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내세워온 종전 조건을 그대로 고수한 모습이다. 그는 "분쟁 고조를 막을 핵심 조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군사적 지원과 정보 공유를 완전히 종료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러시아의 정당한 안보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땅에 군사적 자원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안보 보장이 국가로서 존립과 직결되는 우크라이나도,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해 러시아의 재침공 야욕을 저지하려 하는 유럽도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이 극단적 목표에 대해 타협할 의지가 있다는 징후는 없었다"며 "그의 목표는 사실상 독립 국가로서 우크라이나의 존립을 끝내고, 옛 철의 장막 동쪽으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대부분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난감한 트럼프, 후속 협상 '가시밭길'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전화 담판으로 일시적·제한적 휴전에 구두 합의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앞으로 본격적인 휴전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구체적인 종전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통화 직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전면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은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기보다는 "매우 좋았고 생산적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백악관 성명 역시 미·러 간의 "엄청난 경제적 거래" 전망을 환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유리한 전황(戰況)을 지렛대 삼아 승전국 행세를 하고 있는 러시아를 상대로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만한 종전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것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스카이 뉴스는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동"이라며 "이제까지 그가 한 일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23일 사우디서 휴전 논의

미국과 러시아가 이달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논의를 이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양국 정상이 합의한 에너지·인프라 부문 휴전을 언급하며 휴전 협상이 "일요일 제다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두 가지 모두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우크라이나도 이에 동의할 것으로 확실히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협상에는 미국 대표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한다. 러시아 측에서 누가 참석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 간 통화 직후 "전면 휴전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사실을 새삼 암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 후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의 병력 동원과 재무장 중단 등을 비롯해 장황한 자체 협상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