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연다고 유기견 '대량 학살' 자행하는 모로코

입력 2025-03-18 14:43:35 수정 2025-03-18 15:36:11

국제동물복지보호연합(IAWPC) 인스타그램 갈무리
국제동물복지보호연합(IAWPC) 인스타그램 갈무리

스페인·포르투갈과 함께 2030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모로코가 월드컵 기간에 맞춰 유기견을 소탕하기 위해 거리 등에서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더선에 따르면 국제동물복지보호연합(IAWPC)은 "모로코에서 유기견 300만 마리가 학대당하고 있다"며 최근 모로코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한 실태를 공개했다.

IAWPC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개들을 향해 총을 겨눈다. 총상을 입은 개들은 피를 흘리는 상태로 그대로 거리에 방치됐다.

무장한 사람들은 독극물을 묻힌 막대로 개를 찌르거나 독이 든 미끼를 개들에게 직접 먹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학살을 당한 개들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IAWP 측은 동물 보호소가 더 이상 개들을 돕지 않는 곳이 됐고 오히려 개를 죽이는 시설이 됐다고 주장했다. 보호소 관리자들이 길거리에서 잡아 온 개들을 가둬놓고 먹이나 물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IAWPC의 레스 워드 회장은 "수백마리의 개들이 비좁은 공간에 갇혀 자신의 배설물 속에서 살고 있다"며 "질병으로 죽거나 굶주려 죽는다. 배고픔에 시달리는 개들은 결국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학살 대상은 유기견에 국한되지 않았다. 사냥꾼들은 주인이 있는 개들도 마구잡이로 잡아가 주인에게 뇌물을 받고 풀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IAWPC는 모로코 정부가 월드컵을 위해 대량 도살을 눈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운동가들은 FIFA(국제축구연맹)가 모로코의 월드컵 개최국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FIFA는 입찰 평가 보고서를 통해 "모로코 정부가 동물 권리 보호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고, 지난해 8월부터 동물 도살이 금지됐다"고 판단했지만, 현실은 이와 상반된다는 이유에서다.

IAWPC의 '모로코 개 학살 종식 캠페인'에 참여한 제인 구달 박사는 "FIFA가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의 감독하에 벌어진 끔찍한 야만적 행위에 동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축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잔인한 행위라는 점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더선에 따르면 모로코에서는 2019년부터 도살이 불법으로 규정됐음에도 매년 30만 마리의 유기견이 학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